사무실 한가운데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

by 돌부처

"무거운 건 남직원들이 좀 들고, 다과 준비는 여직원들이 좀 챙기고."


21세기 최첨단 빌딩 숲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도, 이 낡은 레퍼토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리더들은 이것을 '배려' 혹은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긋는 이 선은 배려가 아니라 '차별'이자 '폭력'입니다.


성 역할 고정관념은 단순히 "누가 커피를 타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길 것인가", "누구를 리더로 키울 것인가"라는 권력과 기회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세대 갈등'이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나 때는 여자가 커피 타는 게 당연했어"라고 말하는 부장님과, "그게 왜 제 업무죠?"라고 반문하는 신입사원 사이에는 30년의 세월만큼이나 거대한 인식의 단층이 존재합니다.


이 단층선 위에서 조직은 쪼개집니다.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혐오하고, 비난하고, 고립됩니다.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남녀 분리 교육'의 촌극을 통해, 리더의 무지가 어떻게 조직을 이분법의 감옥에 가두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낡은 틀을 어떻게 깨부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는, 리더의 얕은 젠더 감수성이 불러온 대참사를 보여줍니다.


본사에서 여성 임원 젠이 지점을 방문합니다. 그녀는 여성 직원들만을 따로 모아 '여성 리더십 세미나'를 진행하려 합니다. 조직 내 소수자인 여성들의 고충을 듣고 그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이고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점장인 마이클 스캇은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어합니다. 그는 자신이 '배제'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왜 여자들만 모여? 남자들은? 이건 역차별이야!"

그는 질투심과 소외감에 휩싸여, 즉흥적으로 남자 직원들을 모두 이끌고 '창고'로 내려갑니다.


"우리도 남자들만의 시간을 갖자!"


이때부터 사무실은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완벽하게 둘로 나뉩니다.
위층 회의실에서는 여성들이 모여 커리어와 꿈, 그리고 유리천장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눕니다.


반면 아래층 창고에서는 마이클의 주도하에 기괴한 '마초 놀이'가 펼쳐집니다.

마이클은 창고 직원들에게 "남자는 거친 일을 해야 한다"며 지게차를 운전해보려 하거나, 짐을 나르는 척하며 땀을 흘립니다.


그는 사무직 남성들에게 '야성'을 깨우라고 강요합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것은 진정한 남성성이 아니라, 10대 소년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객기이자 허세일뿐입니다. 그는 "여자들이 위에서 수다나 떨 동안, 우리는 진짜 사나이들의 일을 하는 거야"라며 여성들의 모임을 폄하하고, 남성 직원들에게 삐뚤어진 우월감을 심어주려 합니다.


더 가관인 것은 그의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창고 직원들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 결성'을 논의하자, 마이클은 화를 냅니다.


"노조? 그런 건 게으른 놈들이나 하는 거야. 나 때는 상사가 까라면 깠어. 너희는 배가 불렀어."


그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절대적인 진리인 양 내세우며, 직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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