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편견에 대하여

by 돌부처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은 사라졌지만, 21세기의 사무실에서는 여전히 세련된 형태의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빗자루를 탄 마녀가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른 동료들입니다. 성적 지향이 다르거나, 가정환경이 다르거나, 혹은 남들이 가지 않는 독특한 길을 걷는 사람들.


우리는 겉으로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개취(개인 취향) 존중"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다름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조직은 미묘하게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폭력, 걱정이라는 이름의 간섭, 그리고 이해한다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강제적인 커밍아웃.


특히 리더가 무지할 때, 그 폭력성은 극대화됩니다. 악의가 없다는 핑계로, 혹은 자신이 깨어있는 리더임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타인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해 버리는 행위. 우리는 이것을 아우팅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한 직원의 성적 지향을 둘러싼 소동을 통해, 배려를 가장한 차별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그리고 진정한 존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시트콤 <오피스>의 게이 마녀사냥 에피소드는 무지한 리더가 조직 내 소수자를 어떻게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를 보여주는, 웃기면서도 소름 끼치는 에피소드입니다.


사건은 회계사 오스카가 게이라는 사실이 우연히 지점장 마이클 스캇의 귀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오스카는 자신의 정체성을 회사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업무와 무관한,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의 반응은 최악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킬킬거리며 저급한 농담을 던지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합니다. "나는 편견 없는 리더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과도한 쇼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는 전 직원을 회의실에 소집합니다. 그리고 오스카를 단상 앞으로 불러냅니다. 오스카가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직원들에게 오스카가 게이임을 강제로 공개합니다.


"여러분, 오스카는 게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사랑해야 합니다!"


오스카의 얼굴은 흙빛이 됩니다. 자신이 십수 년간 지켜온 프라이버시가, 리더의 영웅 심리 때문에 순식간에 발가벗겨진 것입니다. 마이클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포용력을 과시하기 위해, 오스카에게 "나를 안아보라"고 강요합니다. 오스카가 주저하자, 마이클은 그를 억지로 끌어안고, 심지어 입술에 키스까지 하려 듭니다.


직원들은 경악하고, 오스카는 수치심에 몸을 떱니다. 마이클에게 오스카는 존중해야 할 동료가 아니라,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전시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입니다. 그는 "나는 게이인 부하 직원에게 키스할 수 있을 만큼 열린 사람이야"라고 자위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자 폭력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소동이 벌어지자 다른 직원들의 반응입니다. 2인자 드와이트는 사무실에 또 다른 게이가 없는지 색출하겠다며 게이 탐지기를 자처하고 나섭니다. 그는 직원들의 구매 내역을 뒤지거나 유도신문을 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합니다. 평소에는 멀쩡해 보였던 동료들도, 다름이라는 이슈 앞에서는 편견에 가득 찬 구경꾼으로 전락합니다.


결국 오스카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는 조건으로 유급 휴가와 회사 차까지 제공받으며 잠시 회사를 떠납니다. 회사는 돈으로 입막음을 했고, 마이클은 자신이 상황을 잘 해결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오스카가 겪은 모멸감과, 조직에 남겨진 차별의 흉터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묻습니다. 당신의 '이해'는 진짜입니까? 아니면 호기심을 포장한 폭력입니까?




한국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아우팅은 성적 지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가정사나 병력(病歷)에 대한 강제 공개입니다.


A과장이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팀장에게만 알리고 휴가를 요청했습니다. 팀장은 "힘내라"며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온 사무실에 소문이 퍼집니다.


"A과장 이혼한대. 위자료 문제 때문에 복잡하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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