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기술
어느 날 아침, 늘 그 자리에 있던 동료의 책상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습니다. 모니터는 꺼져 있고, 개인 물품이 사라진 자리에는 먼지 자국만 선명합니다.
"김 과장님, 오늘부로 퇴사하셨습니다."
이 짧은 공지는 사무실의 공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충격이고, 누군가에게는 배신감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이자 부러움입니다.
회사는 거대한 환승역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납니다. 하지만 떠나는 방식과 남겨진 자들의 대처 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별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지만, 어떤 이별은 조직 전체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재앙이 됩니다.
떠나는 자는 더 높은 곳을 향한 야망을 품고 문을 나서지만, 그가 남기고 간 빈자리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업무의 무게와 정치적 혼란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우리는 진짜 동료와 빌런을 구분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본사 임원직을 둘러싼 경쟁과, 전설적인 지점장이 떠나는 마지막 날의 풍경을 교차하며, '잘 떠나는 법'과 '잘 보내주는 법', 그리고 '빈자리를 채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트콤 <오피스>의 시즌 3 피날레 'The Job'은, 더 높은 자리를 향한 직장인들의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본사에 공석이 된 임원 자리를 두고, 지점장 마이클, 에이스 영업사원 짐, 그리고 야망 넘치는 2인자 드와이트가 면접을 보러 갑니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의 공기는 미묘해집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경쟁자가 되고, 누군가가 떠난다는 사실이 확정되자마자 남은 사람들은 "그럼 내 자리는?", "누가 지점장이 되지?"라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리더들의 태도입니다. 마이클은 자신이 임원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벌써부터 후계자를 지명하고 사무실을 떠난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반면, 그의 상사였던 젠은 자신이 해고될 위기에 처하자 회사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며 자멸합니다.
현실의 한국 기업에서도 누군가 "저 이직합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빌런들은 본색을 드러냅니다.
유형 1: "키워줬더니 배신이야?" - 가스라이팅형 리더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팀장은 사표를 낸 직원에게 축하 대신 저주를 퍼붓습니다.
"자네, 여기서도 못 버티면서 딴 데 가서 잘할 것 같나?"
"업계 좁아. 평판 조회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
그들은 직원의 성장을 축하해 줄 그릇이 못 됩니다. 그저 자신의 일손이 줄어드는 것, 그리고 부하 직원이 자신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를 배신감으로 포장할 뿐입니다. 그들은 퇴사자가 나가는 마지막 날까지 눈치를 주고, 결재를 미루며 괴롭힙니다.
유형 2: "갈 땐 가더라도 내 몫은 챙겨야지" - 하이에나형 동료
동료가 퇴사한다고 하면, 하이에나들은 그의 자산을 노립니다.
"김 대리, 가기 전에 그 거래처 연락처 나한테 다 넘기고 가."
"그 프로젝트 파일, 공유 폴더에 다 올려놨지?"
그들은 떠나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보다, 그가 남긴 고기를 뜯어먹는 데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심지어 퇴사자가 나가자마자 "사실 그 일은 김 대리가 다 망쳐놓은 거야"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부관참시를 시전 하기도 합니다.
이직은 배신이 아니라 계약 종료입니다.
당신은 회사의 노예가 아니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계약 관계였을 뿐입니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비난하지 마십시오. 그가 떠나는 이유는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위해서입니다. 쿨하게 보내주는 것이야말로, 언젠가 당신이 떠날 때를 위한 보험입니다. 이 업계는 정말로 좁으니까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