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스카이웨이를 달리는 검은 세단은 만신창이였다. 깨진 앞 유리창 사이로 살을 에는 듯한 밤바람이 들이닥쳤고, 찌그러진 범퍼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엔진은 금방이라도 멈출 듯 쿨럭거렸지만, 윤도진은 이를 악물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 안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묵직했다. 옥새를 빼앗겼다는 뼈아픈 패배감보다는, 마침내 적의 꼬리를 잡았다는 승부욕이 세 사람의 눈빛을 형형하게 밝히고 있었다.
“형사님, 팔은 좀 어때요? 피가 많이 나는데... 독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지 않아요.”
조수석의 하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윤도진의 팔을 살폈다. 야차녀의 검은 촉수에 휘감겼던 팔은 검붉게 부어올라 흉측하게 변해 있었고, 가시가 박혔던 자리에서는 끈적한 검은 피가 배어 나와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처가 아니었다. 독기가 혈관을 타고 심장을 향해 조금씩 기어오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뼈에는 이상 없어요.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윤도진은 고통으로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꽉 잡으며, 정신력으로 육체의 고통을 억누르고 있었다.
“괜찮기는 개뿔. 독이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구만. 그대로 두면 팔 잘라내는 걸로 안 끝나. 심장 멈춘다고.”
뒷좌석에서 무기를 점검하던 이강우가 툭 던졌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 윤도진에게 던졌다.
“받아. 해독제야.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예전에 어떤 돌팔이 의사, 아니 주술사 놈한테 뺏은 건데 효과는 죽여줘. 귀신 독 푸는 데는 직방이야.”
윤도진은 한 손으로 운전하며 병을 받아 뚜껑을 따고 단숨에 들이켰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쓰고 역한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팔을 갉아먹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뜨거운 열기가 식는 것이 느껴졌다.
“... 고맙군. 나중에 밥 한 끼 사지. 비싼 걸로.”
“밥은 됐고, 수당이나 두둑이 챙겨줘. 나 지금 목숨 걸고 뛰는 거니까 적자 나면 안 된다고.”
이강우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단검에 성수와 소금을 섞은 반죽을 바르며 전투 준비를 서둘렀다. 그의 눈빛은 이미 사냥터에 들어선 맹수의 것이었다.
차는 굽이치는 산길을 따라 계속해서 고도를 높였다. 화려한 서울의 야경이 발아래로 멀어지고, 칠흑 같은 어둠과 울창한 숲이 그들을 감쌌다.
북악산.
조선 왕조의 주산(主山)이자, 서울을 지키는 수호신들이 머무는 신성한 곳. 하지만 지금 이곳은 백면의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어, 신성함 대신 숨 막히는 음산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느껴져요...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사기(邪氣)예요.”
하진은 사인검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검을 통해 전해지는 파동이 그녀의 영혼을 울리고 있었다. 검도 분노하고 있었다.
“북악산 정상, 옛 성곽이 복원된 자리... 그곳 지하에 거대한 공간이 있어요. 칠성당의 본당이자, 놈들이 오랫동안 숨겨온 요새예요.”
“요새라... 함정이 득실거리겠군. 정문으로 들어갈 생각은 버려야겠어.”
윤도진이 중얼거렸다.
“함정뿐만이 아니에요. 수많은 기척들이 느껴져요. 야차녀 말고도... 더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들이 그곳에 모여 있어요. 마치... 왕의 대관식을 준비하는 신하들처럼.”
하진의 말에 차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대관식. 백면이 옥새를 이용해 스스로를 이 땅의 왕으로 선포하려는 의식이 임박했음을 의미했다. 만약 그 의식이 성공한다면, 서울의 모든 영적 질서는 백면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길, 산책로 입구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장비를 챙겼다. 윤도진은 방탄조끼를 단단히 조여 매고 예비 탄창을 챙겼다. 이강우는 양손에 단검을 쥐고, 허리춤에는 수류탄과 각종 부적들을 주렁주렁 매달았다. 하진은 사인검을 등에 메고, 옥 조각을 목에 걸었다.
“가죠. 놈들이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불청객 노릇 좀 톡톡히 해줘야죠.”
하진이 비장한 표정으로 앞장섰다.
산길은 험하고 가팔랐다. 게다가 백면의 기운 때문인지, 숲 속에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안개는 차갑고 끈적했으며, 썩은 냄새가 났다. 나뭇가지들이 괴물의 손톱처럼 옷자락을 잡아끌었고, 발밑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분위기가 영 아니올시다인데. 귀신 나오기 딱 좋은 날씨야. 납량특집 찍는 것도 아니고.”
이강우가 휘파람을 불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의 온몸 근육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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