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시겠습니까?

나라는 존재의 유통기한

by 돌부처

2020년 한국의 한 방송사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기억하십니까.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 딸을 가상현실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엄마와 재회하게 만든 프로젝트였습니다. 가상 세계 속에서 "엄마 어디 있었어"라고 묻는 아이를 보며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전 국민이 함께 울었습니다. 그것은 기술이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질문 하나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저 아이는 진짜일까요, 아니면 엄마의 슬픔을 먹고사는 정교한 데이터 덩어리일까요.


인류는 태초부터 불로장생을 꿈꿨습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맸고, 이집트 파라오는 미라가 되어 부활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21세기의 인공지능 기술은 마침내 그 꿈을 이뤄줄 기세입니다. 육체는 썩어 사라져도 나의 정신과 기억을 디지털 공간에 영원히 박제하는 디지털 불멸의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기묘한 미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나의 인공지능이 자식들에게 생일 축하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세상. 과연 그것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끝나지 않는 악몽일까요. 인공지능이 죽음을 정복한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잘 죽을 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히어애프터는 사용자의 생전 목소리와 사진 그리고 추억담을 인터뷰 형식으로 녹음해 둡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죽으면 남겨진 가족들이 언제든 고인의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할머니 그때 첫사랑 이야기 좀 다시 해줘요"라고 물으면 생전의 할머니 목소리와 말투 그대로 "아이고 그 얘기는 백 번도 더 했잖니"라고 대답합니다.


이를 <그리프봇> 즉, 애도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별 인사도 못 하고 떠난 가족을 둔 사람들에게 그리프봇은 훌륭한 치유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못다 한 말을 전하고 서서히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니까요. 심리학적으로도 충분한 애도는 산 사람을 살게 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죽은 사람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록과 이메일 그리고 음성 파일 등을 긁어모아 그 사람의 인격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챗지피티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이 내 카카오톡 대화 내용 십 년 치를 학습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 인공지능은 나보다 더 나 같은 말투를 쓸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농담과 내가 자주 쓰는 이모티콘 심지어 나의 정치적 성향까지 완벽하게 재연합니다.


이제 죽음은 단절이 아닙니다. 접속 상태 변경에 불과합니다. 육체라는 오프라인 접속은 끊겼지만 데이터라는 온라인 접속은 영원히 유지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오래된 철학적 난제인 <테세우스의 배>와 마주하게 됩니다. 낡은 배의 판자를 하나씩 다 새것으로 교체해서 원래의 부품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면 그 배는 원래의 배일까요 아니면 새 배일까요.


내 뇌의 모든 기억과 패턴을 인공지능에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내 육체는 죽었습니다. 클라우드 서버 속에 살고 있는 저 인공지능은 김철수입니까 아니면 김철수의 흉내를 내는 앵무새입니까.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뇌는 그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망일 뿐이니 그 신호를 컴퓨터로 옮기면 나라는 존재는 영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레이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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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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