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10시. 부서 주간 회의가 시작됩니다. 팀장님은 장황하게 주말 골프 이야기를 늘어놓고, 김 대리는 노트북 뒤에 숨어 스크롤만 내리며 카카오톡 방을 띄워둡니다. 이 과장은 초점이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막내 사원은 회의록 양식에 타이핑하는 소리만 기계적으로 냅니다.
그리고 11시 30분이 되어서야 회의 리더는 묻습니다.
"자, 그래서 이번 주 우선순위 안건에 대해 의견 있는 사람?"
회의실에는 침묵만이 맴돕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카톡방에서 불만을 터뜨리던 김 대리도 입을 굳게 닫습니다. 누구 하나 총대를 메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결론은 "하던 대로, 각자 알아서 잘합시다"로 귀결되고, 우리는 90분이라는 소중한 업무 시간을 허공에 완벽하게 증발시킨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것은 어느 특정 회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무실에서 매주, 매일 똑같이 시전되는 끔찍한 타임 루프물입니다. 대체 우리는 왜 그토록 바쁘다고 소리치면서도, 회의실에만 들어가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무기력한 유령으로 변해버리는 걸까요?
다시 한번 우리의 참고서, 시트콤 오피스의 펜실베이니아 던더 미플린 스크랜턴 지점으로 가보겠습니다. 이곳의 지점장 마이클 스콧은 회의의 광신도입니다. 그는 영업 실적이 떨어져도, 회사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어도, 심지어 누군가의 사무실 서랍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도 무조건 전 직원을 회의실로 소집합니다.
마이클의 회의는 언제나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그는 자신이 전날 밤 본 코미디 프로그램의 농담을 흉내 내기 위해, 혹은 자신의 찌질한 연애 상담을 직원들에게 털어놓기 위해 회의를 엽니다. 아젠다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강제로 회의실 의자에 앉아 그의 썰렁한 농담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무의미하게 눈알을 굴립니다. 자칭 던더미플린 지점의 2인자 드와이트만이 그의 말에 광신도처럼 맞장구를 칠 뿐입니다.
그들의 회의 풍경을 보며 우리는 포복절도합니다. 하지만 웃음이 가라앉고 나면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마이클 스콧이 과장된 코미디의 산물일 뿐이라고 확신하십니까?
어쩌면 당신의 팀장님도, 부장님도, 심지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자신조차도 회의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목적 없는 농담표를 던지며 팀원들의 귀중한 시간을 갉아먹는 마이클 스콧일 수 있습니다.
모든 재앙은 소집 통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잠깐 10시까지 대회의실로 다들 모여보세요."
무슨 주제로, 왜 모이는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이른바 콜링은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가장 합법적인 형태의 시간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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