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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사랑한미술관 Jul 15. 2022

전문 지식 없이 미술 전시회 보는 법 2탄

한차연 작가 <Way Home> @ 삼세영 미술관


* 유튜브 영상의 스크립트입니다. 영상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전문 지식 없이 미술 전시회 보는 법 2탄 | 전시회 추천 | 한차연 작가 | Way Home | 삼세영 미술관

https://youtu.be/Qm6ER8k84a8




안녕하세요. 내가 사랑한 미술관입니다.


제 영상 중에서 조회수가 가장 많은 영상이 <전문 지식 없이 미술 전시회 보는 법>인데요. 2020년 6월에 올린 꽤 오래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회수가 꾸준히 올라가는 것을 보면 미술사나 예술가에 대해 알고 작품을 봐야한다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즐기고 싶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전문 지식 없이 미술 전시회 보는 법 2탄>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이전 영상에서 추상화를 보고 연상되는 상황이나 감정을 떠올린 뒤 관련 있는 작품들을 모아 나만의 그림 책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렸다면 이번 영상에서는 작품과 전시 공간을 연결해서 감상하는 법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소개해드릴 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삼세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차연 작가의 개인전 <Way Home>입니다. 전시가 돌아오는 일요일인 2022년 7월 17일까지인데 전시도 미술관도 정말 마음에 들어서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예정보다 일찍 영상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삼세영 미술관은 2021년 12월에 개관한 곳으로 문을 연지 오래되지 않아 저도 이번에 처음 방문한 것이었는데요. 미술관은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이어서 여러 개의 작은 공간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공간마다 특색이 있고 이들을 잇는 전시 동선 또한 다채로웠습니다.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전시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계단을 올라가고 상설전이 열리고 있는 공간을 지나 좀 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한차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공간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 입구에서 건물 안쪽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제게는 누군가의 마음 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졌는데요. 이런 동선을 가진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흔치 않고 벽돌로 된 계단과 오솔길처럼 이어지는 길이 아름다워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한차연 작가의 유화와 세라믹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꽃이나 나무, 숲 같은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았는데 색채는 화려하지만 채도가 낮아 약간 어두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림이 걸려있는 벽의 맞은편엔 통창이 나있는데 창 너머로 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산이 보입니다. 창의 전면을 산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이 채우고 있어서 창의 크기에 비해 햇볕이 많이 들지 않아 공간이 조금 어두웠는데요. 약간 어두운 분위기가 전시되어있는 작품들이 가진 채도나 전시장에 도착하기까지 가졌던,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잘 어울렸습니다.


입구 쪽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2층 공간 역시 한쪽 면이 통창으로 되어있는데 1층보다 햇볕이 더 잘 들고 층고도 높아서 훨씬 밝은 분위기입니다. 이 곳에 전시되어있는 작품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은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1층의 유화들이 무게감 있는 캔버스 위에 여백 없이 그려진 반면 2층의 그림들은 제각기 다른 크기와 소재를 가진 낱장의 종이 위에 여백을 많이 두고 그려진 드로잉들입니다. 색채는 다소 어둡지만 탁하지 않고 물감이 얇게 발라져 있어서 유화에 비해 훨씬 투명하고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2층 전시실에서는 아래층에서 마주했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좀 더 밝고 얕은 곳으로 돌아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시장 옆쪽에 난 문을 통해 나가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전시 공간이 나오는데요. 이 곳은 세 면이 커다란 창과 문으로 뚫려 있어서 가장 개방된 느낌을 줍니다. 이 곳엔 작은 사이즈의 유화와 사람들을 소재로 한 드로잉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중 제일 마음이 갔던 그림은 동그랗게 생긴 무언가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확 트인 공간에서 이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완전히 돌아 나와서 이젠 그 마음을 두 손에 올려 놓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요.


처음에는 누군가의 마음이란 게 당연히 한차연 작가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보다 보니 그 마음이란 한차연 작가의 것임과 동시에 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장의 작품들은 한차연 작가의 생각과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저라는 필터를 거쳐 결국엔 제 생각과 감정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인데요. 전시를 보고 나니 제 마음 속 깊은 곳에 다녀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다른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열렸다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과 같은 감상을 하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에 전시 공간과 동선 같은 작품 외의 요소들도 전시의 일부이자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 공간이 작품들과 잘 어울리는지, 같은 작품이 다른 공간에 놓인다면 얼마나 다른 느낌일지 등을 생각하며 전시를 보신다면 더 재밌고 풍성한 감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세영 미술관의 한차연 작가 개인전 <Way Home>은 2022년 7월 17일까지 계속되니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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