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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Mar 18. 2021

슬픔에게 안녕을

-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책 <카린 케이츠 글, 웬디 앤더슨 그림>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책 <카린 케이츠 글, 웬디 앤더슨 홀퍼린 그림, 조국현 역, 봄봄출판사>

최근 슬픈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요? 슬픔의 자리에 대해 되돌아봅니다. 지난 계절에는 사고로 생을 떠난 지인이 있었습니다. 생과 사가 하나라지만, 지인을 잃고 나서는 그 허망함에 문득문득 숨이 턱턱 막혀왔습니다.


생은 어쩌면 새로운 슬픔을 배워가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슬픔의 자리에는 수많은 사건사고와 생로병사가 함께 하지요. 생로병사 중 슬프지 않은 것은 생 정도일까요? 하지만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하는 슬픈 태어남은 얼마나 많은가요. 돌아보니 슬픔은 일정 정도 생의 지분이 있는 것처럼 늘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었네요.


슬픔의 안녕은 무엇일까요. 제대로 슬퍼하는 것일까요. 슬픔을 이겨내는 것일까요. 저마다 슬픔을 대처하는 방식이 있겠지요.

다양한 감정들 중 슬픔은 잘 달래고 치러내야 할 감정 중 하나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크고 작은 슬픔을 살아가는 내내 겪어내야 하니까요.


‘슬픔을 치료해주는 비밀책’은 방학에 시골 이모집에 한 달 동안 머물게 된 롤리의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이모의 시골집에 머물게 된 롤리는 기쁘고 신나지만, 막상 엄마 아빠가 떠나니 슬퍼집니다.


이모는 슬퍼하는 롤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가서 <슬픔을 치료해주는 비밀 책>을 가져와야겠구나”라고 말합니다. <슬픔을 치료해주는 비밀 책>은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열쇠를 찾아, 다락방에 올라가, 비밀 책이 들어있는 상자의 열쇠를 여는 과정에서 슬픔은 이미 조금씩 자리를 떠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을 펼치면 슬픔에 대처하는 일곱 가지 방법이 차례대로 이어집니다.

첫 번째는 아주 천천히 맛을 느끼면서 사과주스를 마시는 것입니다. 왜 하필 먹는 것이고 또 사과주스일까요? 어쩌면 눈물로 흘려낸 수분을 보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슬퍼하느라 무감해진 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과정으로 느껴집니다.


두 번째는 좋은 땅에 씨를 심는 것입니다. 슬픔 속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생명이 자라고, 이 모든 순환 속에 슬픔도 일부임을 자라나는 싹을 보며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네요.

세 번째는 가능한 아주 먼 곳까지 걸어가 보는 것입니다. 그 길에서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 또한 슬픔의 자리에 머문 내 감정을 지금 여기로  옮겨오는 과정이겠지요. 걷다 보면 막혔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살갗에 부딪치는 바람과 자연의 풍경과 거리의 활기에 감정이 전환되기도 하니까요.


책에서는 일곱 번째 방법까지 슬픔 처방법이 이어집니다. 나머지는 이 책을 펼쳐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니 꼭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겠군요. 당신만의 슬픔 처방법으로 나머지 네 개를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슬픔의 자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감정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나의 일부이자 친구이니 함께 잘 데리고 가보도록 합시다. 슬픔에게 나를 맡기지 말고, 슬픔을 슬기롭게 살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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