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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Sep 11. 2020

서로 다른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

-‘거위를 사랑한 고양이’ <글·그림 레나 헤세, 역 김현좌>를 읽고

그림책 ‘거위를 사랑한 고양이’ <글·그림 레나 헤세, 역 김현좌, 봄봄출판사>


‘들고양이 프레드와 회색 거위 애너벨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입니다. 둘은 여름을 함께 지냈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그림책은 첫 페이지에서 프레드는 에너벨에게 나무타는 법을 가르치고, 애너벨은 프레드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주지만 거위가 나무에 오르기도 쉽지 않고, 고양이가 하늘을 날기는 불가능함을 보여주며 존재의 간극을 드러낸다.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며 애너벨은 가족을 따라 머나먼 남쪽으로 날아간다. 긴 겨울동안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두 존재가 사랑하는 법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길 떠나는 애너벨의 모습을 바라보는 프레드의 뒷모습엔 벌써부터 그리움이 배여 있다.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서로의 모습을 잊지 않을까, 내 변한 모습을 보고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마음을 담은 편지도 주고 받는다. 

‘애너벨은 잘 있대요. 그리고 나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잘 있대요. 그리고 나를 보고 싶어 해요.’

보고픔과 애탐, 기다림의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은 애너벨은 프레드 곁으로 돌아와 깊게 포옹한다. 안기고 안아주는 애너벨과 프레드의 표정엔 안도감과 충만한 사랑이 스며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무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만큼 다른 존재이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이어주는 끈을 붙잡고 ‘중요한 건 우리 둘이 함께 있다는 거야!’ 라며, 함께함의 의미를 새로이 되새기는 것. 처음엔 거위와 고양이 라는 다른 종의 사랑으로 읽었지만, 여러 번 읽다보면 사랑하며 알게 되는 서로의 다름과 차이에 대해, 그 간극만큼의 외로움에 대해, 그럼에도 다만 함께 있음을 감사하게 되는 존재에 대해, 내가 너를 안아주는 만큼 나도 너의 품이 될 수 있는 상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서로 다른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거위와 고양이의 거리만큼, 크나큰 차이를 받아 안는 일이고, 그토록 다른 존재를 부서지도록 껴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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