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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삼 Mar 31. 2021

[네가 없는 그곳 #1] 나만의 밤

그러나 가질 수 없는 밤

밤이 흐른다. 내 밤이 흐르는 것인지, 당신의 밤이 흐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그저 누군가의 밤이며, 누군가의 별, 누군가의 초승달일 테지.


나는 밤을 참으로 좋아한다. 밤이 감성적이라 나 또한 밤이 되는지, 내 그늘의 끝에서 자라난 어둠이 밤을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고요하고 나지막한 밤이 나는 참으로 좋다.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이내 멈추었다. 그리고 밤이 사라지기 전에 텅 빈 마음을 채우려 고개를 들어 밤을 담았다. 하얀 가로등은 남몰래 피어난 벚꽃 사이로 또 다른 달이 되었고, 너무나도 적막해서 서늘한 밤은 술에 젖은 젊은이들의 '하하', '호호' 웃음이 달래주었다. 별안간 알 수 없는 침묵이 다시 찾아오고,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오로지 호흡과 발소리와 푸른 달빛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걸었다. 닿을 듯 말 듯 한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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