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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May 18. 2024

[워킹맘편]모유수유도 하고 싶고 일도 하고 싶고

모유수유 분투기

"아직 단유 안 했어? 요즘 분유 잘 나오는데."


"모유수유하면 애기 몸무게가 잘 안 늘지 않나?"


"아.... 모유 주는구나."


모유수유한다고 하면 약간 촌스러운(?) 엄마로 취급받는 시대에 나는 아직 모유를 고집 중이다.


런 내가

출근을 하면서도

아기에게 여전히 모유를 줘야겠다고 생각하자

이런저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까짓 거 대충

그냥 (젖을) 짜서 갖다 주기만 하면 될 것 같았지만 나는 무슨 007 작전을 수행하듯 모유 나르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모유 운반 프로젝트에는 세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첫 번째는 시간이었다.

모유를 짜는데 한쪽당 7분을 할애했고, 총 14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 젖을 흘리면 다른 사람이 청소하는데 애먹으니까 조심조심 옮겨 고 젖병 씻고 뭐 하는 시간까지 하니 20분이 넘어갔다. 당연히 근무 도중에는 할 수 없어서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내 점심시간은 나의 점심이 아니라 "아기를 위한" 점심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는 장소였다.

처음에는 나 스스로도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서 그냥 화장실에 가서 했다. 화장실에 먼지도 쌓여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허공을 응시하며 유축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유축하러 갔을 때는 거미가 있는 게 아닌가. 물론 거미가 모기도 잡아주고 참 좋은 인간의 친구라지만 두 눈으로 거미를 보고 나서는 화장실에서 유축하기가 꺼려졌다. 결국 나만의 프라이빗한 장소를 찾아서.. 유축을 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방법이었다.

모유는 실온 3시간, 냉장고 3일, 냉동 3개월 보관 가능하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짠 모유를 집까지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에 넣어 두면 되겠지만 왠지 모르게 남들과 같이 쓰는 냉장고에 넣어두기가 좀 미안하고 괜히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냥 매번 마트에서 얼음을 사서 집에서 가져온 보냉가방에 넣어두었다.






이렇게까지 애를 쓰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라도 잘해주고 싶어서다.


나는

초보 엄마여서,

라는 핑계로 아기에게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안 들 때가 많다.


남들은 임신 때부터 아기 배냇저고리, 손수건을 세 번씩 빨 때, 나는 그냥 세탁기에 한 번 돌려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그때는 햇빛에 말리기라도 했지,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나는 그냥 세탁 끝난 아기 옷을 건조기에 넣어버린다. 손빨래라고는 거의 하지도 않고, 집안 살림은 엉망이고, 점점 대충대충 하게 되는 육아 속에서 모유라도 잘 챙겨주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사실 요즘 정말 분유가 잘 나오기 때문에 모유가 주는 이득이(예를 들면 모유 먹으면 더 건강하다라든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에 유전과 생활습관도 크기 때문에 모유를 무조건 먹여야 한다도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내가 열심히 짜내서 젖을 가져다주었는데 문제는 아기가 잘 안 먹는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먹는다고?"

"아가야, 엄마가 널 사랑하지만 매 시간 붙어있을 수 없어. 일주일에 몇 번 나가지도 않는데.."

"아니면 젖병이 문제인가?"




직장에서 내 나름대로 모유를 짜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면

집에서는 남편과 어머니가 아기에게 밥을 먹이느라 또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이전 12화 첫 출근을 했다. 역시 아기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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