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을 했다. 역시 아기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출산하고 난 뒤, 내 일상은 꽤나 단조로웠다.
핸드폰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하게 되었고, 내 손에서 뻗을 만한 거리에는 항상 핸드폰이 있었다.
핸드폰으로는
맘카페에
"기저귀 사이즈업",
"치발기 언제"
이런 단어들을 검색해 보았고, 관련된 후기를 찾느라 아침을 보낸다.
그리고 또 짬이 나면 유튜브에 괜히
"100일 아기 통잠"
"100일 아기 수면교육"
따위의 검색어를 검색해 본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출근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니 매우 걱정되면서도 설레서 두근거렸다.
첫 출근 전 날에는 긴장되어서 잠을 설쳤다.
마치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나갈 때 같았다.
드디어 첫 출근하는 아침이 되었다.
아기 수유텀 계산하고, 내 통근 시간 계산하고, 괜히 서두르게 된다.
아기에게 젖을 주고 헐레벌떡 직장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첫 환자를 보았는데, 마치 사회생활 처음 할 때처럼 어색하다.
매일 보는 것은 아기 얼굴뿐이었는데, 우리 아기가 아닌 다른 사람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니 너무 어색하다. 아기랑은 대화할 때 나의 일방적인 독백이었는데, 환자와 주고받는 대화를 하자니 꽤나 어색하다.
(나의 긴장된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서둘러 침을 놓는다. 다행히 침을 놓는 것은 몸이 기억하는 것 같다. 몇 달 만에 다시 잡아본 침이지만 손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환자 얼굴 볼 때처럼 어색하지는 않다.
그렇게 환자를 몇 명 보지도 않았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난다. 정신없이 오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보다 집에 있는 아기와 남편 걱정이 든다. 서둘러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밥은 얼마나 먹었어?
안 울어?"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시어머니도 같이 봐주셔서 걱정이 좀 덜 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근무 시간도 빠르게 지나갔다. 출산 후 첫 출근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오랜만에 나오니까 한결 리프레쉬된 느낌이다.
그런데 출근 다음날이 문제였다.
아기가 괜히 더 보채는 것 같고, 나를 더 찾는 것 같고, 더 안아달라고 하는 것 같은 것은 내 착각일까?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워킹맘들은 어떻게 커리어와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걸까. 다들 태연해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모든 것이 걱정될까.
세상 모든 엄마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언제쯤 마음 한 구석에 가득 자리 잡은 걱정이 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