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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May 25. 2024

[워킹맘편]모유수유도 하고 싶고 출근도 하고 싶고2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울 때 주된 관심사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가이다.


내가 출근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은 잘 먹는가였다.


안 그래도 쭉쭉 늘어나던 몸무게가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해서 잘 먹는가에 대한 근심이 쌓이던 시기에

아기가 잘 안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출근해서 일한 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남편한테 전화한다.


"오빠, 점심 먹었어?"


사실 남편의 점심 유무는 아기만큼이나 궁금한 것은 아니지만 아기 보고 있느라 힘들 테니 예의상 물어본다.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아기는 얼마 먹었어? 잘 먹어?"


돌아오는 남편의 대답은


"입도 안 대네"

"반도 안 먹네"


등등의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또한 최근 몸무게가 잘 늘지 않아 근심하던 터라 젖병도 바꿔보고 분유로도 먹여보고 여러 시도를 해 보았다.


남편도 나름대로 최대한 굶겼다(?) 줘보고,

터미타임을 시켜서 더 배고프게(?) 만들었다 줘보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기는 우리의 이런 가상한 노력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한참 울다가 내가 집에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을 그치고 젖을

하부작하부작 먹고는 했다.


그래서 출근해 있는 동안 나는 아기를 굶기는 죄인이 된 것 마냥 조마조마하며 마음을 졸였고,

퇴근시간이 땡 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다.


하루는 이렇게 허겁지겁 다녀야 하는 서러움과

아기가 나를 찾는 것만 같은 서러움에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하여 내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친정엄마는 다 듣더니,


"아이고, 아기가 엄마 찾네."

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는 별생각 없이 떠오른 그대로 말한 것이겠지만

나는 친정엄마의 한마디가

서러웠다.



사실 엄마는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

아마도 내가 아기를 떼어 놓고 출근한다는 나의 죄의식 가득한 무의식을 정확히 건드려서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한 발짝 멀리서 생각해 본다.


"어쩌면 아기가 엄마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안 찾으면 또 서운해할 거면서."


"아직 초반이라 그렇지 아기도 또 적응하겠지."



렇게 내 마음을 다 잡기로 하였다.

어차피 내년에는 풀타임으로 근무할 것 아닌가.

아기는 낳으면 끝이 아니고 앞으로도 시간이 많은데 일희일비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뒤로 아기는

잘 먹는 날도 있고

잘 안 먹는 날도 있고

덜 우는 날도 있고

울기만 하는 날도 있었다.

(당연 안 우는 날은 없다. 이건 출근 안 할 때도 그렇다.)




사실,

머리로는 휘둘리지 말자

초연하자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

가슴 졸이며



그렇게

오늘도

과연 오늘은 잘 먹을까

근심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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