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실전편]친정에서 육아하면 좋은 점
그리고 감수해야 할 점
돌이켜보면 사실 나의 육아 난이도는 그나마 쉬운 편이었다(아니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특히 가장 좋았던 점은
조리원 끝나고 잠시 친정 찬스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친정 찬스를 쓰면 부모님은 힘들어하셨지만 나는 너무 편했다.
보통 육아를 하면, 게다가 초반에는 더더욱,
밥을 챙겨 먹기 힘들다고 하던데 나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엄마도 힘들어서 밥을 매번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가끔 시켜 먹었는데, 집에서 나 혼자 있었다면 나 홀로 허겁지겁 배달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같은 음식을 시켜 먹어도 같이 먹으니 마음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비록 부모님이 자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깨실 때도 있었겠지만
엄마와 아빠 모두 아가와 함께 하는 생활을 좋아하셨다.
특히,
아빠가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네."라고 말했을 때는
왜 손주가 최고의 효도라는지 깨달았다.
내가 한의대에 합격했을 때도, 한의사 면허증이 나왔을 때도 미소 정도를 보였던 아빠가
손주를 보셨을 때는 아주 입이 귀에 걸리듯이 웃으셨다. 아기를 낳고 서야 아빠가 그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친정살이를 하며 감수해야 할 점 역시 있었다.
우선 부모님 세대는 스와들업을 이해 못 하신다.
엄마는 내가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스와들업을 입히니
"이 옷 갖다 버리자"
라고 하셨고,
아빠도 아기가 스와들업 입은 모습에
"에고, 이 옷 때문에 발로 뻥뻥 차지 못하는구나."라며
한 마디 하셨다.
속싸개는 이해해도 스와들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스와들업이 (모로반사를 잡아준다는 핑계 하에) 기저귀 갈 때 너무 편해서 부모님 주무시는 밤에 몰래 입혔다.
그리고 역시 수면교육이나 수유 시간에 텀 두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다.
엄마는
등센서라는 말을 싫어하고,
"아기가 안아달라면 안아줘야지"라며
조금이라도 우는 소리를 참지 못하셨다.
하지만 나중에는 엄마도 손목이 아파서,
"아가야, 우리 아기,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응응, 그래 조금만"이라고 말하며
바로바로 안아주지는 않으셨다.
덕분에 나의 손목도 지키고, 지금도 딱히 등센서가 심하지는 않은 아기로 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엄마는 안아 재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 남편이 수면 교육을 살짝 해보려고 했을 때 매우 비통해했다. 사실 남편도 아직 아기가 어려서 수면 교육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단지 울 때 바로 안 안아주고, 우는 시간을 체크하는 등 약간만 해보았는데, 엄마의 슬퍼하는 모습에 수면교육은 친정에서 나와 집에 가서 아기가 좀 더 컸을 때 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또 엄마는
모유수유 텀 두는 것 역시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내가 텀을 길게 두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씩 연장해보려고 하였는데,
1분 아니 10초라도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면
같이 서러워하셨다.
특히 초기에 모유수유 텀 두는 것은 여러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아무튼 우리 아기는 덕분에 텀 없이 나의 젖을 마음껏 먹고 쑥쑥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친정에서 육아하는 동안
단순히 아기만 자란 것이 아니라
나도 다시 한번 부모님의 포근한 보호 아래 한 층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인 것 같다.
부모가 되니, 더욱 부모님이 나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느끼게 된다.
아기가 씨익 웃으며
(비록 그때는 배냇웃음이었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웃었을 때,
3대가 하하 호호 웃던 날들을
시간이 지나도
그리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