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아Sora Apr 27. 2024

[육아-실전편]아찔한 첫 외출의 추억

때는 바야흐로 출산 후 나의 첫 생일이었다.

남편은 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오빠의 연차. 그리고 하루 우리 아기 좀 봐줘. 나는 잠깐 외출도 하고 올게."


다행히 남편은 알겠다고 하였고, 나는 남편에게 맡기고 나갈 첫 외출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도

모유수유를 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한나절을 비우기는 어렵고, 그냥 잠깐 목욕탕에나 다녀오기로 하였다.


목욕탕에 도착하니

너무나도 행복한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와, 살 것 같아. 이래서 아주머니들이 목욕탕을 좋아하는구나.'


평소 목욕탕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냥 임신 이후에 쭉 못가 왔던

금기의 장소에 도착하니 해방감이 밀려온 듯하다.


그렇게 열탕에서 몸도 데우고 사우나에서 몸도 지지다가 문득

"마사지"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몸은 자동적으로 그곳으로 이끌려

세신과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사지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몰랐다.

일단 내 앞에 있는 손님 하시느라 한 시간이 지나갔고,

내가 마사지를 받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경과되고 있었다.


목욕 한 시간만 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어느덧 세 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문제는 내가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밥줄이 외출 중이니 우리 아기는 내가 가지 않으면 쫄쫄 굶는 것이다.


마사지 중이라 전화도 못 걸고, 마사지를 받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우리 아기가 나 때문에 굶으면 어떡하지'

'거의 모유만 먹여서 분유 타는 법 모를 텐데 분유 타는 법이라도 알려주고 올 걸'

'냉동모유라도 해동하면 되는데 위치라도 알려주고 올 걸'


마사지가 끝나자마자 목욕탕에서 뛰쳐나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기 잘 있어. 걱정 마. 천천히 와."

남편은 오히려 태연했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괜히 아기 두고 놀러 나왔다고 벌 받았나, 너무 신나 했나'

'아기를 굶기는 못된 엄마라니'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리며 문을 열었는데,

아기가 평화롭게 모빌을 쳐다보며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아기가 배고파하는 신호를 보내며 살짝 울려고 할 때 바로 쪽쪽이를 물렸고,


아기는 열심히 쪽쪽이를 물며 신나게 모빌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편이 아기가 배고파서 울면 어쩔 줄 몰라하며

아기를 굶기는 엄마를 원망할까 걱정했는데

정 반대였다.

오히려

남편 덕분에 쪽쪽이로 수유 텀 연장에 성공하였다.


당시 2시간 텀이던 나의 모유수유 스케줄은

남편의 쪽쪽이 신공으로

세 시간에서 네 시간까지 연장될 수 있었다.


남편에게 아기를 맡겼더니

오히려 나보다 더 잘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잘 보다니,

앞으로도 종종 부탁해야겠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 뒤로도 나의 외출은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또 안 나갈 수는 없었다. 나가고 싶어 하면서도 찜찜한 이중적인 기분이랄까.. 하지만 안 나갔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 09화 [임신편]임신해도 다 할 수 있다 했지만 안 한 것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