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편]남편과 복직(?) 문제로 싸울 뻔했다.
"나는 애 낳고도 바로 일할까 봐. 한 3개월 뒤에 한의원 차릴까?"
아기를 낳기 전에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호기롭게 출산 후에도 일을 놓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역시
막상 아기가 눈앞에 태어나니
'아가야, 엄마가 항상 곁에서 지켜줄게. 언제나 너의 옆에 있어야 하니까 당분간 일은 안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매운맛 육아를 겪고 난 뒤,
(사실 아주 순한 맛이었는데 나는 너무 왕초보라 나에게만 매운맛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구인/구직 게시판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의 일자리가 올라왔다.
주말 하루,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근무, 근무지도 나의 집에서 차로 7분 거리다.
일당도 많이 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이력서를 제출했겠지만,
그래도 아기가 있으니
남편한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나 주말에 하루만 일하면 안 돼?"
나는 당연히 남편이 하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하지마, 너 몸 힘들어. 올해까지는 좀 쉬어."
라며 반대했다.
어이가 없었다.
남편은 그 뒤로도 망언(?)을 쏟아내었다.
"아기 보는 것이 많이 힘들어?"
(당연한 소리를 왜 물어볼까?)
"많이 힘들면 주말마다 놀다 와. 내가 보고 있을게."
(그게 되겠니.)
"뭐 하러 힘든 일을 하려고 그래, 집에서 푹 쉬지."
(집에 있는 게 쉬는 거겠니.)
일주일에 한 번 일하는 것도 반대한다니!
게다가 열 시부터 네시인데!
어이가 없어서 양가 어머님한테 전화를 했다.
우선 친정엄마는
엄마가 봐줄 테니까 일하라고 했다.
시어머니도
"내가 아기 봐줄게. 일 하렴. 숨통이 좀 트여야 해. 일주일에 한 번 바람도 쐬고 그래야지.
주말에 일하고 나서 남편이랑 저녁 먹고 데이트하고 들어와. 아기는 우리가 보고 있을게."
(어쩜 이렇게 센스 넘치는 답변을 해주실까. 정말 남편아 내가 시어머니 덕분에 너를 참고 산다)
나는 기어코
남편에게 간다고 했고
결국 주말 한 번 일을 하기로 하였다.
남편도 내가 한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래, 다녀와. 좀 쉬지."라고 말하였다.
내가 너무 아득바득 일하러 간다고 말했나,
다른 엄마들은 육아도 집안일도 잘하는데 나만 집에만 있는 것을 못 견디나,
내가 모성애가 없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아가야, 엄마 좀 다녀올게.
24시간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일주일에 딱 여섯 시간 만이야.
그걸로 너 장난감 많이 사줄게.
고작 6시간 일하는 것으로 이렇게 큰 고민을 해야 되나 싶다가도
나중에 일하지 말고 아기 곁에 있을걸
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