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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니 어때?

feat. 동거와 결혼의 차이점

by 다움

결혼하고 나서 참 많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결혼하니 어때?" 하고 말이죠.

내 인생에 결혼은 없다며 비혼주의자를 외쳤던 그녀가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주변에선 많이 궁금했을 거예요.

말하진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걱정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있고요 ;)

이 질문을 참 많이 들었지만 질문에 방향에 따라 참 다양하게 답변을 해왔어요.



다양한 답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은데요.


결혼하고 나서 행복한지, 그녀의 행복이 걱정되어 질문해 준 고마운 친구에게는 결혼 후에 얼마나 삶이 풍요로워졌는지를 이야기했어요.


"나 결혼하고 나서 정말 더 행복해.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안정감에서 오는 행복이 엄청 커.

안정감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런데 도전과 모험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도,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안정감은 더 중요하더라.

오빠가 주는 그 안정감이 오히려 내가 도전과 모험을 할 원동력이 되어줘.

내가 그 도전과 모험을 통해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오더라도, 도전과 모험을 실패하더라도 그는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오면 두 팔 벌려 꼭 안아줄 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가 동거를 하다 결혼한 케이스이기에, 결혼과 동거가 다른지를 궁금해하는 친구에게는 어떤 포인트에서 다른지 상세히 비교분석을 해주었지요.

"동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1+1=2야.

그와 나의 결합만 생각하면 되는 거였어.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잘 맞고 어떤 부분에서는 잘 맞지 않는지, 그 안 맞는 포인트가 내가 감수할 수 있는 포인트인지 그리고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면 딱 맞을 것 같아.


그런데 결혼은 1+1=8인 거야.

정말 집안의 결합이더라.

물론 우리 둘만의 독립된 가정이 가장 우선이지만, 원가족들과의 연결도 자연스럽게 배우자까지 확장돼.

특히 우린 K장남, K장녀라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요즘은 보통 다 장녀/장남 아니면 차녀/차남이잖아.

원가족이 가지고 있던 문화와 원가족 내에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책임은 그대로 내 배우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더라고.

예를 들어, 우리 집은 한 번 가족모임을 가지면 꼭 마무리로 보난자라는 보드게임을 함께 하거든.

그건 우리 집에서 계속해왔던 문화라서 그 또한 매번 가족모임을 하면 그 보드게임을 함께 해.. ㅎ.ㅎ

그리고 집안의 경제적 문제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내가 주로 함께 논의하고 책임을 지는 역할이었기에,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나는 그 역할을 계속 가지고 있게 되더라.

그럴 때 아주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게 되고 말이야.


이렇게 넓은 범위의 가족이 서로의 원가족까지 확장되고 나면 우리가 온전히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 부분들이 많이 생겨.

동거할 때는 피할 수 있었는데 결혼하니까 피할 수 없는 상황 같은 거지.

예를 들어 명절이나 가족 행사 같은 경우랄까.

배우자의 가족들 중 누군가 아플 수도 있고, 배우자의 가족 내 원치 않는 문제가 생기면 그게 더 이상 한 다리 건너서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고 말이야.

한 마디로 동거는 달 때만 삼켜도 괜찮을 때가 많은데, 결혼은 달 때만 삼킬 수 없는 것이더라.


이렇게 이야기하면 결혼이 더 안 좋은 건가 싶잖아.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달지 않은 것을 삼켜야 할 때도 함께하니 기꺼이 삼켜져. 꿀꺽 삼켜져.

그리고 내가 달지 않은 걸 삼킨다는 건, 나에게 혹은 나의 원가족에게 쓴 일이 생겨도 함께 삼킬 사람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더라고.

그 자체로 참 든든하고 삶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더라 난."



물론 이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거 1년 반, 결혼 1년 차 그녀가 겪은 동거와 결혼은 이런 생각을 갖게 했네요.

누군가 동거와 결혼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동거는 서로에게 집중하되 각자 가족의 문제는 각자가 감당하고 싶은 사람에게,

결혼은 좀 더 폭넓게 그리고 깊게 삶의 고민과 책임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는 동거도, 결혼도 참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동거냐 결혼이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사람과 하는가>라고 늘 열번 백번 강조하곤 합니다.

지금 주변에 결혼한 친구에게 "결혼 어때?" 하고 질문하고 계시다면, 결혼을 할지 말지 보다 "누구와 결혼하는가"를 좀 더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지에 따라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주 많이 달라질 테니까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당신이 당신과 잘 맞는 분과 결혼하셨으면/결혼하셨기를 바랍니다.

그럼 지금의 저처럼 결혼예찬론자가 되실 거라/되셨을 거라 생각해요.

당신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요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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