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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참 많이 달라, 그러니 더 많이 이야기하자

너의 다름이 나의 삶을 확장시켜

by 다움

결혼을 하고 우리의 삶에 함께 논의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점점 많이 하게 된 말이 있어요.

"와.. 우린 진짜 다르다"

연인이었을 때도 우리가 꽤나 다르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그 다름이 더 자주, 더 확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단 한 명도 완전히 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아요.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다 다르지만, 우리는 꽤나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참 웃기더라고요.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 좀 해볼까요 :-)



먼저 단어로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그에게는 여유로운 / 안정적인 / 믿음직한 / 이성적인 이런 형용사가 잘 어울리고요.

그녀에게는 밝은 / 역동적인 / 다정한 / 열정적인 이런 형용사가 적합하지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는 잔잔한 호수, 그녀는 역동적인 파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녀는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요.

우리는 이렇듯 성격과 성향이 참 달라요.

흔히 이야기하는 MBTI도 정반대랍니다.


성격과 성향뿐일까요.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궁금한 분야도, 생각의 흐름도 참 많이 다릅니다.

그가 한 걸음 떨어져서 관찰하며 바라본다면, 그녀는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 당사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요.

그는 사물이나 현상의 작동 원리를 궁금해하지만, 그녀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궁금해하고요.

그는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시작하고, 그녀는 '왜?'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시작하지요.



우리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니 생각나는 날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둘이 꼭 붙어있었던 주말의 어느 날이었어요.

낮에는 함께 누워 여유롭게 대화를 하고 커피를 살 겸 산책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집 앞 이자카야에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지요.

밤에는 둘이서 닌텐도를 켜 둘이 함께 꽂혀있던 게임에 푹 빠져있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렇게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났는데 일요일이 되니 그녀는 무언가 부족했어요.

이렇게 주말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어떻게 하면 불만족스러운 느낌을 만족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싶어 스스로에게 질문했지요.

'지금 무엇이 필요해?

난 정리하고 계획하는 시간이 필요해.

맞아, 한 주를 가장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주를 활기차게 맞이하려면 내겐 돌아보고 다짐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그도 원하면 더 좋겠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한 주를 마무리하면 제일 기분이 좋아?

일요일 저녁을 어떻게 보내면 당신이 가장 활기차게 다음 주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지 궁금해서~~"


그는 이렇게 답했고요.

"한 주의 좋은 마무리? 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잠에 들면 가장 기분이 좋지!"

그녀가 예상했던 딱 그 답변을 하고 그는 웃었습니다.



그녀는 그날의 무드에 맞는 음악을 찾아 틀고 한 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주의 계획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게,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취미를 통해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은 마무리라고 생각해요.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좋은 한 주 마무리에 대한 정의가 참 많이 다르죠?


이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만큼이나 우리는 참 달라요.

우리는 이 다름을 진심으로 애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요일 저녁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고 각자가 좋은 마무리라고 정의하는 시간을 보낸 후 함께 잠들기로 했어요.


그리고 하나의 약속이 있다면 잠들기 전 함께 누워 서로가 보낸 시간이 어땠는지 대화하는 것은 잊지 않기로!

이 다름이 단절이나 오해의 길이 아니라 서로의 세상을 확장하는 길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죠.

대화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그 다름 덕분에 점점 더 넓어지고 있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을, 관점을 나의 파트너 덕분에 얻게 된다니 이처럼 럭키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나의 성격과 너무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라면/그녀라면 이 사람을 어떻게 느꼈을까? 어떻게 대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다 보면 그 사람을 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참 많이 다른 우리가 함께 하게 된 것에, 대화를 통해 그 다름을 우리가 확장되는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넓어질지 기대되네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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