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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현 Jan 27. 2022

나는 부산에 가면 가족의 품을 느낀다

2021.11.24 부산


나는 많은 질문에 대해 당황하고 답을 주저하는 편이지만 특히 곤란해하는 질문 중 하나가 고향이 어딘지 묻는 질문이다. 나는 태어나기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유년기의 3분의 1은 미국에서, 청소년기는 수원에서 자랐다. 그런데 부모님은 두 분 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셨기에 가족들을 만나거나 가정 내에서는 부산의 문화를 자연스레 배우게 됐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고향이 어디냐 물어본다면 어떤 것을 말해야 할지 나 혼자서 고민하다가 답이 늦게 나오곤 한다. 그래도 매해 명절이면 부산을 방문하고 조부모님이 부산에 계실 시절에는 한 달씩 놀러 가고 하다 보니 부산은 나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도시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늘 부산을 가면 마음 한 편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몇 년 만에 방문한 이번 부산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부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공기가 다르다. 물론 대부분 상상하는 바다의 향이 느껴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산의 공기를 통해서 내 피부에 전달되는 온도는 서울의 그것과 다르다. 바다의 내음은 담겨있지 않지만 바닷가의 시원함과 남쪽 지방의 온화함이 어우러진 공기가 나를 먼저 반긴다. 부산의 공기를 크게 한입 들이쉬고 나면 이제 부산의 소리가 들린다. 부산의 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사투리부터 들린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국밥집을 향해서 돼지 국밥을 시켰는데, 바로 옆자리 손님이 주문하는 목소리에서 우리 고모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주변 사람들의 대화와 목소리를 듣다 보니 부산에서 살아온 우리 가족들의 말과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내 옆에서는 고모부가 회사 사람과 통화하며 거래처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고, 외할머니는 가게 안쪽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계셨다. 삼촌들은 벽 쪽 테이블에 앉아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수다를 떠시고, 그 가운데 나는 가족의 소리를 가진 이들을 보고 있었다.


공기와 소리 다음에는 뒤늦게 시각적인 특징들이 느껴졌다. 나는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만큼이나 바다도 좋아한다. 도시를 좋아하는 건 사람들이 북적이며 서로 관계가 형성되는 사람 사는 풍경들이 눈에 보여서 좋아하지만, 바다는 그와 정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넓은 자연이 있어서 좋아한다. 산이나 들판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일 넓고 광활한 대자연이 바다지만, 바다만은 항상 우리를 향해서 파도를 부숴가며 다가와 준다. 그래서 나는 바다와 도시가 좋다. 심지어 부산은 동서로 길게 뻗은 도시라서 해수욕장이 참 다양한 형태로 많이 위치한다. 그래서 부산을 가면 항상 바다는 한 번씩 보고 가려고 하고, 이번 여행에서도 여러 해수욕장과 바다를 보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라 해운대와 광안리를 보고 돌아왔는데 두 곳의 해수욕장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로 좌우에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끊이지 않고 뒤돌아보면 부산이라는 도시가 내 뒤를 지켜보고 있다.

오랜만에 방문했던 부산은 많은 모습이 변해 있었다. 해운대와 광안리는 서울에 있는 I •SEOUL• U처럼 영어로 된 전광판들이 생겨났고, 옛 시장들은 청계천 상가들처럼 어느 정도 다듬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많은 것들이 부산만의 특색이 있었는데 현재는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있던 물건이나 패션들을 부산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모습들도 있다. 부산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입는 옷이나, 상권, 새로운 건물들과 함께 도시의 분위기가 바뀌어도 그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변함이 없었기에 다른 도시에 온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뉴 부산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만큼 부산은 전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었고 나의 짧은 부산 여행은 새로운 부산의 모습에서 옛 감정들을 곱씹을 하루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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