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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Jul 10. 2020

교사들이 쓰는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이 해야 하나요?

  작년 한 중학교 학생회에서 공약으로 교무실 청소에서 학생들을 제외시켜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요구는 드문 일이었다. 외국에서는 일본 등을 제외하고는 학교 청소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이 거의 없다. 다만 대구 이외 다른 지역에서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청와대 민원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올라간 적이 있다. 이 내용을 알려준 후배 교사에게서 이런 경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의가 들어왔다. 결과부터 말하면 그 학교에서 논의 끝에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먼저 기성세대가 보지 못한 불합리한 면을 학생들 스스로 찾아내 바꾸기 위해 행동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청소라는 행위는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학생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시키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깨끗이 하고 쓰레기 줍기를 생활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교육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사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교육은 생태교육으로 이어져 체계적인 계획으로 수립되고 학생과 교육 주체 간의 논의 및 동의 절차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기실 학교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혹은 반강제적으로 학생들을 교실과 학교 청소에 동원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나 선도위원회에 회부된 학생들이 제일 많이 받는 벌칙은? 바로 교내 청소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 = <벌을 받는 일>로 인식된다. 또 학교에서 제일 기피하는 화장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떠한가? 우리가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하는 대상임에도 학교에서 가장 낮은 임금과 열악한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으로 인식되거나 대우받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청소를 벌 받는 학생들이나 하는 일, 더러우면서 인정 못 받는 일이라는 상황과 문화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에게 무조건 청소 구역을 정해 놓고 하라는 요구가 학생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거나 거부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런 구조적 문제와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학교 청소를 싫어하고 백안시한다. 하기 싫은 청소 떠넘기기가 아니라 인간 실존을 위한 환경생태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학교와 교육청이 해야 할 일도 청소를 잘하고 있는지 검사하고 지적하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와 더러워진 환경이 우리 삶과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방향과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교사들이 주로 쓰는 교무실, 교장실 등은 당연히 그 공간을 주로 사용한 교사들이 청소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일 것이다. 만약 업무적 부담이나 시간적 제약 때문에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다면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 환경정화를 위한 인력을 별도를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청소 노동에 대한 처우 및 인식 개선,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배려 등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활공간을 깨끗이 해주시는 분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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