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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Mar 29. 2022

기후위기와 교육

기후위기인가 기후변화인가

1. 재작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기후위기 담론이 증가하고 생태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코로나19가 인간의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교육청에서도 환경과 환경교육에 관해 강조하는 지침이 내려온다. 가만히 살펴보면 일회용품 줄이기, 그린존 만들기, 분리수거, 학교 텃밭 사업, 환경동아리 만들기 등 일상에서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교육청은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중립적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인지, 기후위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는 건지 의문이다. 기후위기 대신 기후변화라는 말로 상황의 심각성이나 사태를 은폐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문제이다.


2. 자본주의 체제에서 무한 경쟁,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는 필연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들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대중들은 자본의 소비자로 전락되면서 돈이 없어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끔 대출 광고는 증가하고 금융시스템도 더 복잡해진다.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있다. 이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덕분에 공장 굴뚝은 끊임없이 매연을 발생시키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덕분에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는 더 이상 생존할 없는 공간으로 변해간다. 


3.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서구 국가에서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선진국 당국에서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온갖 정책과 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 상당수 서구 국가들은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는 산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한 결과라기보다는 오염을 유발하던 온갖 공장들을 중국, 동남아 등 제3세계로 옮겨간 덕분이다. 


  또한 기술 혁신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전자제품들이 만들어지고 더 빠르게 소비된다. 백만 원이 넘는 최신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는 2년에 불과하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들어지고 각종 원료 등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채취된다. 몇 번 입다가 버려지는 수많은 의류들은 대개 제3세계에서 생산되고 다시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에 버려진다. 그 과정에서 노동 착취와 생태계 파괴 문제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4. 소위 기술 혁신이나 산업 전환이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공장과 오염 시절을 이전하는 과정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가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돌파구를 마련할수록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사회 양극화와 차별 문제는 심화된다. 노동착취, 사회 양극화, 차별 문제가 환경 문제와 다른 사안이 아니라 같은 맥락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 교육당국은 자본주의가 가지는 구조적인 한계를 외면한 채 기후위기를 기후변화로 지칭하고, 체제 전환 대신 일회용품 줄이기 등 개인 실천만 강조한다. 이게 과연 코로나19 같은 위기시대에 제대로 된 생태교육과 환경교육이라 볼 수 있을까? 자본과 기득권의 기만적인 위기 회피 기술을 그대로 교육청 공문에 담아 지침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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