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도서관에서 구경하다 우연히 빌렸다. 작가소개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원작자라는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전에 네플릭스에서 영화로 봤는데 원작이 소설이라는 걸 생각하기 힘든 너무나 화려하고 일본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소설로 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묘사했을지 정말 궁금했다.
결론만 말하지만, 교토라는 분위기와 일본 특유의 판타지소설 느낌이 강해 난 재밌게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도 무척 재밌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한 번에 이해가 안 가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 중간에 멈추고 검색하고를 여러 번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런 행위 때문에 몰입도는 떨어졌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으며 문장이 입안에 녹아드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즐겁게 읽었는데 그때와 정확히 반대의 경험이었다.
p.74
"소장의 의견과 가지 꽃은 천에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젊을 때 놀아 두지 않은 인간이란 나이를 먹고서 이상한 즙이 나오는 법입니다. 남자의 농축액은 젊을 때 전부 배출해 두지 않으면 나처럼 멋진 아저씨가 될 수 없습니다."
: 내가 문해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번 읽고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가지 꽃 인용구는 검색에도 나오지 않아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p.107
고와다는 태어나서 입때껏 광에 들어간 적이 없다.
: '입때껏'이란 말을 검색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문법에 맞는 표현이었지만 굳이 쓸 필요가 있었을까?
p.288
두 사람은 국도 옆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지만 게이한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게이한'은 기이한의 오타일까? 다시 검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의 버스라인 이름이란 걸 알아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두세 번 언급이 되어 찾아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여기 적은 것 말고도 많은 문장에서 걸려 책 읽는 시간이 두 배는 걸린 것 같았다. 내 이해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 책이었다. 책 내용 자체는 정말 재밌는 책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교토가 배경인 만큼 일본만의 특이한 분위기를 잘 살렸고, 환상적인 내용전개와 묘사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