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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23. 2023

잘 나가는 그녀의 커뮤니티

8. 커뮤니티를 또 들어?

하다 보니 매일 틱톡을 올린 지 한 달이 넘었다. 시작은 브랜드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재밌어서 하고 있다. 글을 쓰라는 것은 엄마의 꿈을 강요당한 탓이 컸다. 물론 지금은 글 쓰는 매력을 알게 되었고 엄마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어릴 때 내 발로 합창단 오디션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똑똑. 처음 보는 건물에 들어설 때의 낯섬.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디션장 문을 열고 처음 눈이 마주쳤던 지휘자의 얼굴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오디션을 보면서 단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땐 성악을 하라는 권유도 있었는데. 아직 내 목소리를 사람들이 들어줄만할까? 그런 생각으로. 자유곡도 부르긴 했었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 단기 기억 노화가 오는 거겠지. 암튼 나는 고향의 봄도 불렀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덜컥 합격을 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합창단 생활을 3년간 뚝심 있게 했다. 하지만 잦은 주말 공연과 스케줄이 벅찼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합창 대회를 준비하기란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3년 동안 합창단 생활을 하고 수십 번의 무대에 서 보고, 그렇게 나는 합창단 생활을 접었다.


요즘 씽포골드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이 저릿저릿한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합창하는 그들의 마음이 와닿아서 일거다. 그리고 나도 그런 무대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소통하고 싶어서. 또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바라는 아름다운 하모니 안에서 나도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때 노래와 댄스로 이름을 날린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까지도 초등 친구들은 나에게 뮤지컬 배우가 되라는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글 쓰는 건 너무 뜬금없다고 나를 놀리기도 한다. 내 글을 보더니 이게 네가 쓴 게 맞냐고 어이없다는 듯이. 너를 표출하고 살지 왜 가두고 사냐는 말도 한다. 모두 다 나를 잘 알아서 하는 말이지. 암암.


틱톡 세상을 입문하게 된 건 대형 커뮤니티에서 지인이 오픈 카톡방을 열게 된 게 시작이었다. 나는 배워서 손해 볼 것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새벽 강의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리고 동생을 지원해주고 싶은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회원이 되어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그냥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틱톡을 깔았다. 첫날. 샤워 댄스 영상을 올렸다. 이게 다야? 틱톡의 플랫폼을 보고 실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살짝 웃기만 해도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편집 툴이 넘쳤다. 얼굴을 보이기 싫으면 안 보여도 되고, 팔자에, 눈가 주름까지 마법처럼 없애줄 환상적인 필터가 가득했다. 시작하고 며칠은 정말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그 매력에 빠졌다. 최신 음원과 손댄스를 따라서 연습하고 내 스타일대로 영상을 올리자 팔로워가 확확 늘기 시작했다. 인스타 팔로워가 200, 페북이 1500이 고작인 나는 일주일, 한 달 만에 1000이 넘는 팔로워가 신세계였다. 그들은 나의 갖가지 모습에 내 매력에 빠지고 있었다.


필터로 전혀 다른 사람 같은 나를 보다 고개를 세차게 돌려보지만 점점 나는 그 세계에 빠져 들고 말았다. 거기에 리워드 이벤트까지 하고 있어서 솔솔 현금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나는 내 색깔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잠옷만 입고 찍어도 그 매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굳이 너무 멋있게만 보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매력이 있었던 거였다. 참, 생각이 짧았다 싶었다.


물론 예쁜 여성이 인기겠지. 하지만 50 된 아줌마 틱톡 커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을 찾고 싶었다. 내 아침 레시피를 올리기도 하고, 내가 작업 중인 그림책의 그림 작업 진행 과정을 올렸다. 사이사이 모델 같은 화보와 핑크 베놈 같은 핫한 노래에 맞춰 동작을 연습한 영상도 올렸다. 웃긴 모습, 바보 같은 모습, 슬픈 표정까지.


신기한 것은 내가 꾸미고 가꾸는 대로 내 영상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내 연출이 가능했다. 실제 내 목소리를 담아서 팔로워들에게 가을 인사를 전할 수도 있었고, 맛집이나 추천 카페를 감각적인 편집 툴로 멋지게 만들어서 올릴 수도 있었다. 매일 두세 개씩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반에 팔로워를 확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나를 변신시켰다.매일매일이 새로웠다. 여긴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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