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군 Sep 25. 2020

2020, 팬데믹

        작년, 이 글을 쓰는 것이 2020년이니, 2019년 연말부터 뉴스에 중국에 폐렴이 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회사 주간 회의에서 중국노선담당자가 우한이라는 지역 폐렴이 심상치 않다라는 의견을 발표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상황을 예의주시하자는 내용이 점점 무게를 얻었다. 


        새해가 되고, 구정을 지나 출근하니, 중국이 춘절을 지나면서 우한 폐렴 환자가 폭증했다. 구정 새에 출근한 담당자들은 중국 주요 노선을 이미 비운항 조치한 상태였다. 그 때를 기점으로 이제 우한 폐렴은 더 이상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새 이름이 붙었고, 전세계가 함께 부르는 공통의 이름이 되었다. 모든 것이 급속도였다. 대구에서는 신천지라는 듣도 보도 못한 종교가 튀어나와 대규모 감염이 터졌다. 모두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전세계를 덮쳤다. 어느 날, WHO는 전세계에 팬데믹 상황을 공표했다. 4월 20일 오늘 유럽의 사망자는 10만 명을 넘어선다고 했다. 미국, 유럽 커다란 대륙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마비되었고, 거리두기라는 것이 하나의 예절처럼 되어 집에 머무르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되레 이제는 공장가동이 멈춰 히말라야 산맥을 40여 년 만에 눈으로 보게 되었고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는 범죄율도 급감했다고 한다. 세상은 그렇게 잠깐 멈춰 있다. 잠깐이기를 바라 본다. 


        그렇게 회사도 비행기를 띄울 곳이 눈에 띄게 줄어, 한 달에 2주를 쉬고 출근하는 것을 반복한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도, 태어나 50일부터 외출을 해 왔던 준이도, 나도 모두 집에서만 지낸다. 처음엔 금방 밖에 나가게 될 것 같았다. 그런 채로 시간이 흐른다. 좀이 쑤셨고, 더 지나 국내 여행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불발이 났다. 


        그렇게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예전에 여행 다녔던 사진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이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보는 똑같은 옛날 사진, 같은 기억.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기억을 잡아먹어 변질되고, 더 희미해지겠지. 

        사진을 봐도 기억이 안 나는 것들이 생기겠지. 

        늦었지만 뭐라도 몇 자 적어볼까. 썩 잘 찍지 못한 사진이니까, 글을 달아 두자. 


        나는 그래서 지난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갔던 곳, 함께 했던 날, 함께 했던 느낌을 글로 다시 남기기로 했다. 재미 삼아 해 보자 생각했던 게 이제는 일이 된 느낌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끄적여 보려고 한다. 무심코 넘겨 보던 사진들 하나 하나에 다시 한 번 기억을 새기고, 추억하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말, 글, 사진,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