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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01. 2020

마추픽추로 가는 여정

안데스 산맥의 고대 잉카 도시들

쿠스코에서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잉카 레일을 타고 마추픽추가 있는 아구아스 깔리안데스까지 한 번에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는 잉카 레일의 중간 기착지인 올란따이땀보까지 버스 투어를 한 후 그곳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로 간다.


버스투어는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계단식 경작지인 모라이와 살리네라스 염전 마을을 방문한 후 올란따이땀보까지 데려다준다. 하지만 버스투어의 백미는 투어 중간중간에 보이는 안데스 산맥의 절경이다.



쿠스코를 출발한 버스가 5,720m 높이의 사우아시라이 고원을 1시간 정도 달리자 모라이가 나타났다.


모라이는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곳으로 3,500 미터의 고지대에 있는 계단식 경작지를 말한다. 인류가 먹는 식량의 70퍼센트 이상을 생산하는 안데스 고원지대에는 잉카가 생기기 이전부터 계단식 농사법을 도입하여 농사를 지었다.


농지가 모자라는 산악 지형에 테라스 형식으로 경작지를 만든 모라이는 가장 윗부분과 가장 아래층까지 높이가 무려 140m로 총 24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층간 간격이 일반성인의 키만큼 높아 각 층마다 5도씩의 온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잉카인들은 이러한 온도차를 이용해 가장 위층엔 고도가 높아도 잘 자라는 감자를 심었으며 가장 낮은 층에는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는 옥수수를 심었다.


모라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자 험한 산맥 길 끝에 두 번째 방문지인 살리네라스가 나타났다.



해발 3000m에 높이에 층층이 만들어진 소금밭인 살리네라스는 오래전 바다였던 지하에서 샘솟는 소금물을 약 2000여 개의 계단식 염전에 흘러가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대부분의 염전은 소규모이며 깊이 또한 30cm를 넘지 않는다. 모든 연못이 다각형의 구조를 갖고 있는 이유는 물의 유입을 쉽게 하기 위한 것으로 잉카인들의 뛰어난 지혜와 정교함을 엿볼 수 있다.


살리네라스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우르밤바를 거쳐 잉카 레일의 중간 기착지인 올란따이땀보에서 투어는 마친다.



잉카시대에 마추픽추로 향하는 마지막 보급 도시인 올란따이땀보는 고대 도시 답게 마을 뒤편 산으로 경사 45도의 계단식 밭과 태양의 신전이 있다.


밭 옆으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중간쯤 커다란 광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잉카 전사들의 숙소와 태양의 신전이 있었던 곳이다. 6개의 거석으로 쌓아 만든 태양의 신전은 높이 4m와 폭 10m 그리고 깊이 1m의 건축물로 잉카인들의 놀라운 건축기술을 보여준다.




1536년 올란따아땀보는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반기를 든 잉카의 왕인 망코 카팍이 스페인군을 격퇴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훗날 잉카의 공중 요새 마추픽추가 발견되면서 최후의 항전지라는 타이틀을 넘겨주기 전까지 올란따이땀보는  잉카 문명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 중에 하나였다.



이제 잉카 레일을 타고 마추픽추를 오르기 위한 전초기지 아구아 깔리안데스로 향한다. 잉카 레일은 깊은 산맥을 뚫고 쉼 없이 하늘에 떠 있는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



<뜨거운 물>이라는 뜻을 지닌 아구아스 깔리안데스는 기찻길이 도시의 중앙을 가르는 작은 마을로 한 바퀴 둘러보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또한 세계적인 관광지인 만큼 마을의 구석구석에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가 많다.



마추픽추를 오르기 전날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마을 광장에 앉아 맥주 한잔을 여유 있게 즐기다 보면 오후 늦은 시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화려한 옷 색깔과 사진 찍는 모습 그리고 소리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냥 눈길을 맡기다 보면 온갖 잡념과 욕망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광장은 있는 그대로 나를 내버려 두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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