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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20. 2020

쿠바 국립미술관

쿠바 국립미술관은 그 명성답게 나름 규모도 크고 작품 수도 많아서 꼼꼼히 보려면 적어도 3시간 이상은 관람해야 한다.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인 이곳은 국제관과 쿠바관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는 쿠바관을 중심으로 감상하자. 가장 먼저 스페인 식민지 상황에서 억압받는 쿠바의 현실을 보여주는 마르첼로 포고 로티의 <지식인>을 감상하자.



단순화된 이미지로 표현된 이 작품에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인다. 책장의 책과 탁자 위의 타자기는 그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식인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는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그 한계를 알고 있다는 듯 바꿀 수 있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는 듯 무력하게 두 손에 얼굴을 바치고 고뇌하고 있다. 


오뚝한 코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지식인은 그의 뒤에 보이는 그림자가 대립하며 그의 고뇌가 얼마나 깊은지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서 당시 지식인은 폭력적인 파시즘과 독단적인 공산주의의 사이의 선택 속에 작가는 그 대안으로 책과 지식인을 보여주며 세상의 다양성과 상호 존중의 현대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쿠바 풍경>을 감상하자.



작품에서 노동자들이 사탕수수 밭에서 힘겹게 일을 하여 수확한 사탕수수를 얼굴도 보이지 않는 노동자가 기계에 넣어 설탕을 만들고 있다. 또한 그와 대조적으로 사무실 안에는 검은 모자와 검은 정장을 한 스페인 지배자들이 서로 돈을 주고받고 있다. 사무실 앞에는 그들을 지키는 군인들과 스페인에서 쿠바로 오기 위해 이용했던 선박이 보이며 그 주위로 쿠바 민중들이 팔짱을 끼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당시 착취당하는 쿠바의 풍경과 현대 세계의 모순을 표현한 이 작품에서 포고 로티는 단순화된 이마자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음은 만화가이자 화가인 바스크 빅토르 파트리코 랜돌 루주의 <아바나 삼왕의 날>을 감상하자.



작품에서 삼왕의 날에 아바나의 노예들이 주지사 앞에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노예제도의 참혹 함한 폭력성 그리고 억압은 보이지 않고 화려한 복장을 하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돈을 받고 있는 노예들의 모습만 보인다.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차단한 랜돌 루주는 그의 작품에서 화면 가득히 밝은 빛과 화려한 색감 속에 다양한 움직임이 생생한 당시의 장면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밍고 라모스의 <일몰>을 감상하자.



산 아래 지는 열대지방의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는 작품에서 뜨거운 태양이 산너머로 내려갔지만 아직도 남은 미세한 열기와 빛이 하늘과 먼 산 그리고 들판에 남아 온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다. 작품 전체에 휴식과 명상을 통해 얻은 작가의 빛에 대한 미묘한 음색이 느껴진다.


다음은 카툰 같은 작품을 그린 라파엘 블랑코의 <장의사>를 감상하자.



작품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 관위에 끔찍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죽은 자의 해골이 보인다. 그리고 빨간색의 옷을 입은 장의사들이 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그 뒤로 슬픔에 찬 문상객들이 따라가고 있다. 작품 위에 보이는 하늘은 붉게 노을 져 죽음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지만 관을 들고 가는 장의사는 붉은 옷을 입고 무심한 얼굴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죽음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죽음이 무관심한 장의사이자 우리의 모습이다.  


블랑코는 작품에서 인물의 우의적인 모습과 움직임 그리고 강렬한 색채로 플라스틱과 같은 영원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표현주의 화가들의 선구자이다.


계속해서 블랑코의 <알라딘의 램프>를 감상하자.



블랑코의 또 다른 작품인 <알라딘의 램프>에서 주인공의 남자가 술병처럼 생긴 램프를 들고 양탄자 위에 벌거벗긴 채 앉아있다. 그 주위로 나신의 여자와 멋진 차 그리고 고급주택을 들고 있는 램프에서 나온 해골 머리의 거인이 보인다. 블랑코는 옛날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를 가져와 우리의 삶이 술에 취한 것처럼 즐겁고 화려하게 보이지만 이 모든 곳이 허망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아멜리아 팰레 에즈의 <흰색 식탑보>를 감상하자.



아멜리아 펠라 에즈는 파리에서 7년을 체류한 후 1934 년 쿠바로 돌아왔다. 그가 주로 다른 작품의 주제는 정물화로 입체파 전의 순수하고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다. 흰색 식탁보는 그가 그린 작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작품에서 흰색 식탁보 위에 녹색으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릇에 담긴 과일이 보인다. 작품 전체적으로 색상은 평면적이며 따뜻하지만 배경의 황토색과 회색 그리고 녹색의 받침대에는 사원과 같은 음영이 보인다.


다음은 후아나 보레르의 <아이들>을 감상하자.



피라미드 구도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예리한 관찰과 완벽환 회화기법을 이용해 세 명의 어린아이들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우아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작품 중 가장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간주된다. 더욱이 이 작품을 제작한 작가가 18세의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천재성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작품이다.


후아나 보레로는 1877 년 5 월 17 일에 아바나에서 작가이자 애국자인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보레로는 5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7살 때 첫 시를 썼고 열 살 때 여러 가지 언어를 구사했다. 1887 년에 그녀는 예술학교에 에 입학했으며 1891 년까지 그녀의 시는 당시 아바나의 최고의 잡지에 실려 쿠바 전역의 소개되었으나 18 세의 어린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그녀의 모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쿠바의 영광



다음은 엔리케스의 < 혼혈 여성 납치>를 감상하자.



카를로스 엔리케스는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짧게 공부한 후 1925 년 고국으로 돌아와서 1927 년에 여성 누드로 구성된 두 작품을 출품했지만 과장된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시회 측으로부터 거부를 당하였다. 이후 그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여행하며 계속적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1935 년부터 자신의 조국인 쿠바에 정착하여 기독교와 쿠바의 수호성인을 혼합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 <혼혈 여성의 납치>는 그의 전성기 때 그린 작품으로 로마 왕정 초기에 로마 건국을 위해 사비니 여인을 납치한 것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화려하면서 관능적인 색상과 이미지로 쿠바에서 벌어지는 스페인의 수탈과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 그린 지 타나 트로피컬의 <열대 집시>를 감상하자.



쿠바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작품은 집과 길 그리고 나무가 있는 단순한 배경에 커다란 눈과 도톰한 입술 그리고 청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전형적인 쿠바의 여인상을 그린 것으로 쿠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1929년 파리에서 그린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메스티소, 혼혈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멕시코에서 온 페루 출신 인디언의 기울어진 눈을 주었다.



다음으로 위의 작품과 대비되는 르네 포르토 카레로 <여인>을 감상하자.



처녀 또는 여신인 것처럼 무표정한 여성의 초상화는 다양한 문양과 굵은 선과 화려한 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식물이나 꽃의 풍성한 문양으로 감싸여 있는 그녀는 신화적인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동화처럼 예쁘고 환상적인 작품을 그리는 르네 포르토 카레로는 20세기 중반에 전 세계의 예술적 메카인 뉴욕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작품은 그의 삶을 돌아볼 때 더 확실하게 감동을 받는다.


그는 혁명 당시 쿠바의 현실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자산이 사랑하는 쿠바의 모습과 사람을 강렬하게 그렸다. 그의 예술성을 알아본 미국이 그에게 풍부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쿠바에 남았다. 그는 늘 쿠바를 떠나면  손이 시들고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나 쿠바에 남은 그는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서 인정받지 못했으며 불우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사후 그가 열렬한 애정을 갖고 그린 화려한 축제와 여성 그리고 쿠바의 시골 풍경과 도시 풍경은 점점 더 명성을 얻었으며  마침내 2012년에도 그의 탄생 100 주년을 기념하여 국립 미술관에서 그를 추억하는 회고전이 열렸다. 당시 최고의 관심을 받았던 그의 작품은 그가 살았던 도시 아바나를 그린 작품이었다. 완전히 자신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그린 그의 작품 <시우다드>에서 화려한 색상과 문양들이 모여 동화같이 맑고 시적인 생기가 넘치고 있다.


다음은 에두아르드 아벨의 <카오스>를 감상하자.



아내 카르멘의 죽음으로 인한 끔찍한 고통에 빠져 있는 작가의 고통스러운 꿈과 환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작가의 정서적 불안을 추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 무수한 검은색 무늬들이 수직으로 흘러내리며 작의 강박적인 불안과 슬픔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인 윌프레도 비프래도 램의 <허리케인>을 감상하자.



1940년 램이 발표한 이 작품은 작품의 제목에서 보이듯이 천지창조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서 신과 식물, 동물과 과일, 낮과 밤 등 서로 대립되는 세계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서로 공생하고 있다. 우주의 혼돈 속에서 천지창조의 신비와 질서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보고 호르헤 마나 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플라스틱같이 영원한 우주가 담겨 있는
이 작품에서 깊은 시적 감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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