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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Sep 12. 2024

촛불

촛불의 쓰임과 의미는 다양하다.


{바람 앞의 등불} :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촛불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을 때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촛불집회} : 시민이 주도하는 비폭력 저항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쓰임도 다양한 촛불을 나는 집안의 잡내를 잡기 위해 쓰기도 하고 심신의 안정, 명상을 할 때 등 여러 가지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저녁에 초를 켜고 잔다. 향도 은은하고 촛불이 비춰준 주변 물건의 색깔은 무엇보다 나를 더 감성적이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고, 휴대폰을 보는 대신 그 촛불의 일렁임을 보고 있자니 불면증이 저절로 치료되는 기분이었기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저 별과 달 만이 밤을 밝히는 유일한 존재였고 밤에 횃불을 들고 다니던 그 시절의 우리 선조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밤에 모든 불을 다 끄고 커튼으로 밖의 빛들을 차단한 후에 초만 켠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초 옆으로 바짝 붙었다. 조금씩 적응이 되며 보이기 시작했지만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에 어찌나 흔들리던지, 글과 흔들리는 촛불은 나를 어지럽히는 역효과를 냈다. 

결국 초 하나를 더 옆에 두고 인위적인 바람을 중단했더니 글자가 정말 잘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옛날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말들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니 홀로 들떠 책을 봤다. 


그렇게 잘 읽는 듯싶었다. 한 문단에 웃기는 부분이 있어서 코웃음 치며 '흐흥!' 했는데 촛불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아니, 옛날에는 이렇게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이런 예민한 촛불과 어떻게 책을 읽었지? 라며 약간 심술도 나고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나름의 촛불을 진정시키며 읽는 노하우가 생겼다. 내 코 방향을 초와 방향을 틀어 안정적인 촛불을 유지하는데 힘을 썼다. 


물론, 옛날에는 커다란 초를 여러 개를 켜는 방식으로 했었겠지만 어리석은 나는 당장의 가지고 있는 작은 향초들을 동원하여 자잘하게 읽는 모습이 생각할수록 우스웠고 재미있었다.


이런 사소하고 별 일 아닌 행동으로 나는 작은 행복과 성취를 느꼈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른 이가 줄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호기심으로 인한 감정이었다. 모든지 잘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나의 실수가 곧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로 연결되기 때문에 멸시와 한숨이 돌아와 때로는 일을 수행하는 도중에 명치부터 숨이 턱 막힐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만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는데, 오늘은 촛불이었다. 그렇게 촛불은 열심히 나를 위로해 주었고 그 안에서 행복감과 편안한 잠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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