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온 꿈

나는야 메신저!

by 서마데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5개월이 되었다. 아이는 통잠을 자고 엉켜있던 나의 리듬도 회복을 준비했다.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아가는 줄 알았다. 시어머님에게 암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청천벽력 같던 그날은 2017년, 유난히 시리던 겨울이었다.


어머님은 간암 4기로 시술과 여러 번의 항암치료를 했지만 암세포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여행을 하리라는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햇볕이 쨍하고 맑았던 3월, 어머님은 하늘나라로 가셨다. 헤어짐만 남은 선택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추모하고 추억하는 것밖에.


그로부터 5년 후 시누이는 결혼을 했다. 몇 번의 시험관 시술을 하며 아기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때부터다.


"언니 잘 지내죠? 꿈에 언니가 나와서 안부차 연락해 봤어요."

"유미야 잘 지내지? 서준이는 학원 잘 다니고 있어? 어떤 꿈이었어? 궁금하다."


여기서 언니는 나의 시누이다. 간밤에 시누이가 나오는 꿈을 꿨고 그 꿈은 태몽이 확실했다.

가족, 친구 통틀어 내 지인들 중 태몽의 주인일 될 사람은 시누이밖에 없었다. 아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확실한 느낌이 있었다.


"돌 안된 여자아기가 제가 있는 쪽으로 웃으면서 기어 오는데 너무 귀여운 거예요. 영상으로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안아서 원래 자리에 데려다 놓았어요. 옆에 언니가 있던 것도 아닌데 '언니랑 얼굴이 닮았어요!' 하고 제가 말을 했었어요.

이어서 커다란 귤나무를 누군가 흔드는데 열매가 우르르르 떨어져 굴러가요. 부리나케 따라가 주워서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서 쌓아놨어요. "

여기서 태몽의 주인은 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태몽의 주인이 나였다면 굴러가는 귤을 주워 내 품에 꼭 안았을 테니까.

"정리를 하고 지나가다 언니를 만났는데 배가 조금 불러있더라고요."

"언니 임신했어요?"

"응 임신했어. 얼마 안됐어."

"어머, 그럼 제가 꾼 꿈이 태몽이 맞았네요! 언니 제 태몽 가져요!"


"이런 꿈을 꿨는데 조심스럽지만 태몽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연락했어요."

"사실 아직 조심스러워서 부모님들께는 말씀 안 드렸는데 지금 8주 지났어. 그러니까 아직 너네만 알고 있어. 꿈이 좋네!"

"언니 정말 축하해요! 몸조리 잘하고 있어요."


태몽이란 무엇일까?

태몽은 임신 전후에 꾸는 꿈으로, 태아의 성별, 성격, 운명 등을 예측하는 민간신앙입니다. 주로 태아의 어머니가 꾸지만 아버지나 친척도 경험할 수 있으며, 상징물의 해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귤 태몽은 일반적으로 재물, 성공, 건강 을 상징하며, 성별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은 검색 결과에서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귤을 따는 꿈이 딸을 암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태몽은 신기할 만큼 생생한데 경험해 본 분들은 알 것이다. 꿈에서 깬 순간 '어 이거 태몽이다.'라는 확신이 든다.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지만 대체로 금세 소멸되어 버린다. 하지만 태몽은 다르다. 둘째 아이 태몽을 내가 꿨는데 아이가 9살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크고 투박한 푸른색의 사과꿈이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설명은 어렵지만 소중한 생명의 시작을 진하게 알려주는 것이 태몽이지 않을까. 뇌리에 박힐 만큼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축복의 순간!


여자아이와 귤. 태몽이 알려준 성별은 과연 딸이 맞을까?


태몽으로 인해 시누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몇 달이 지나, 또 꿈을 꾸었다.

"어머어머 엄청난데요?"

결혼식에서 만난 시누이의 배가 육안으로 보일만큼 불쑥 나왔다 들어간다. 머리로 미는 것일까. 발로 차는 것일까. 배 위에 손을 올려 생생한 태동을 느끼며 시누이와 웃고 있었다.


그날 아침 또 시누이에게 연락했다.

"이런 꿈을 꿨는데 태동이 어찌나 활기찬지 너무 신기했어요."

"어제 이후로 계속 뭔가 꿀렁거려. 다른 사람들은 벌써부터 느꼈다던데 나는 좀 늦어서 걱정했거든."

"우와 우리 꿈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안정기에 접어든 후 시누이는 임밍아웃을 했고, 태몽 이야기를 하자 아버님은 친정 엄마가 할 일을 며느리가 해준 것 같다고 하셨다.

당신의 부재에 큰 일을 하고 있는 딸이 힘들진 않을지 염려스러운 마음이 나에게 전해진 걸까.

시누이 임신기간 동안 어머님 꿈을 자주 꿨다. 어느 날은 집에 오셔서 손수 밥을 지어주시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엔 태몽 이야기 들으셨는지 여쭤보며 큰일을 한 듯 생색내며 과일을 대접하기도 했다.

고위험 산모라 걱정했던 시누이는 감사하게도 무탈한 임신기간을 보내고 순산을 했다. 그리고 난 더 이상 어머님 꿈을 꾸지 않는다.


성별은 정말 신기하게 딸이었다. 어머님을 닮은 딸이 당신을 닮은 딸을 낳았다. 애잔한 엄마의 마음이 딸과 가까이에 있는 며느리에게 닿았던 것이리라.

엄마의 마음은 하늘나라에서도 쉴 수가 없나 보다.

어디까지일까, 언제까지일까.

그 깊은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