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소 Oct 18. 2023

너의 생일을 축하하며, 긴 문장을 담아.

언젠가부터 쓰는 일이 마음 같지 않아서, 내 안에 맴도는 많은 말 중에 어느 하나도 성실하게 붙들고 쓰질 못했어. 그러다 어느새 한 해의 끝이 보이는 10월, 네 생일을 맞아 잡지 못한 많은 말 중에 너를 위한 하나를 꼭 붙들고 뭐라도 써보려고 해.


내년이면 결혼 10년 차,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는 너랑 내가 참 많이 다르다는 거였어. 아니 부부인데 어쩜 이렇게 다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어떻게 저렇게 나를 이해 못 해주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두꺼운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았어.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니까 다른 게 당연하고 그러니 서로 다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건데 왜 부부라는 이름 안에서는 그게 그리 서운한 일이 되는 건지. 가끔 이 간극이 너무 까마득한 날엔 너한테 화가 나고 결국 나한테도 화가 나고 돌아서면 그게 또 서글퍼지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하나도 그렇지 못하고. 그럴 때면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이렇게나 다른데, 나는 어떻게 너를 사랑하는 걸까. 생각해 보니 그게 더 알 수 없는 신기한 일이더라고. 그러다 어느 늦은 밤 집에 돌아오던 길에 굳이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싶어 고민하던 어떤 이야기를 너랑 나누다 깨달았어. 너는 내가 보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날 도전하고 격려해 줬지. 그때 생각했어. 네가 나랑 달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나랑 다른 네가 어른스럽고 멋져 보였어. 다름은 그렇게 사랑이 되는 거더라.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고르고 골라 여러 번 곱씹으며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래.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한참을 멍하게 있다 결국 아이패드를 덮는 날이 더 많았던 요즘의 내가 지금 이렇게 뭐라도 쓰고 있는 건 다 네 덕분이야. 올해로 3년째, 네 생일에 생일 선물 삼아 글을 쓰던 게 생각나서 너한테 뭐라도 꼭 쓰고 싶었거든. 완성한 글보다 미완성의 남겨진 글이 더 많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지금 너는 이 글의 뮤즈라고 봐야 해ㅋㅋㅋㅋㅋ


그래, 평생 너랑 우리 꼬마들 그리고 너희와 함께하는 내 마음을 동력 삼아 뮤즈처럼 여기며 살고 싶다. 이렇게 달라도 너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작고 이기적인 내 세상을 넓혀주고 새로운 도전을 격려해 주는 사람. 멈춰있던 글의 문장이 되어 준 사람.


읽고 보니 고맙다는 얘기를, 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 구구절절 길게 쓰고 있네. 새해 새인 아부지, 내 남편 이진형 씨.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만 해줘. 그리고 생일 정말 축하해!






작가의 이전글 너의 생일을 축하하며, 고마움과 사랑을 담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