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이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음악은 개인마다
다를 텐데요,
저를 과거로 데려가는 음악은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Core 'Ngrato) >
입니다.
Catari, Catari~라는 가사로 시작해
일명 '카타리'라고도 불리는
이 노래는 그리움을 자아내는
애절한 선율이 특징입니다.
여러 성악가가
<무정한 마음>을 불렀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은
Giuseppe Di Stefano가
부른 것입니다.
요즘 젊은 분들은
문무대가 뭔지 모르시겠지만,
연식이 좀 있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 시절 대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군대에 일주일 정도 들어가서
단기 훈련을 받았더랬죠.
제가 다니던 학교는 학기초에
남학생들이 문무대에 갔기 때문에
같은과 남학생들과
친해지기 전이었습니다.
우리과는 여학생들이
훈련에 들어간
남학생들의 이름을 추첨해서
편지를 써주었는데요,
제가 뽑은 남학생도
저랑 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겨우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친구였기에
편지를 쓰려니까
마땅히 어떤 말로
첫구절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KBS클래식FM에서
나오고 있던 음악을
언급하는 것으로
편지를 시작했죠.
"지금 라디오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테너
주제페 디 스테파노의
<무정한 마음>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서두가 아닐 수 없지만,
문무대로부터 온 답장의
첫 구절은 이러했습니다.
“스테파노의 감미로운 목소리도,
델 모나코의 우렁찬 목소리도
어울리는 <무정한 마음>은
저 역시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우연치 않게도 그 남학생 역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던
학생이었던 것이죠.
심지어는 그 당시에
말러의 음악을 좋아할 정도로
저보다 클래식 고수였습니다.
그 후로 그런 류의 편지가
몇번 오갔는데요,
그때 편지를 기다릴 때 느꼈던
기쁨과 초조함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뭔가 해피엔딩을 기대하시겠지만,
그는 곧 다른 여학생과
과커플이 되어서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제게 이 스토리는
해피엔딩입니다.
지금도 저는 이 노래만 들으면
19살의 저와 만날 수 있고,
젊은 날의 풋풋했던
첫사랑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스테파노의 1974년 도쿄실황
연주도 좋으니 한번 들어보시구요,
여러분을 과거로 데리고 가는
음악도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