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YB May 19. 2024

대체 뭐가 문제야?

Are Your Lights On?


개발 분야에서도 극악의 마이너함을 뽐내는 VR 분야의 그래픽 엔진 관련 일을 맡게 되니 그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입사하자마자 연구소 소장님으로부터 평생 본 적도, 볼 일도 없었던 영어와 숫자만으로 가득한 문서를 받은 나는 그대로 뛰쳐나가 이 세계 트럭에 치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일은 이런 것이다.


3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3D 오브젝트를 띄우지 않고 3D 오브젝트처럼 보이는 컨트롤러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인가?

(해석: 어떻게 계피를 뺀 시나몬 라떼를 만들 것인가? 단, 시나몬 향은 나야 함.)


3차원 공간에서 3D 오브젝트처럼 보이는 컨트롤러를 띄우고 별도의 물리적 컨트롤러 혹은 직접적인 인터렉션 없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컨트롤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

(해석: 어떻게 입 안 대고 그 시나몬 라떼를 마실 수 있게 할 것인가? 단, 시나몬 라떼 직접 잡는 것도 불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나 또한 그랬다.


3차원 오브젝트를 띄우지 않고 어떻게 3차원으로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인 컨트롤러가 없는 상황에서 그 어떤 상호작용도 없이 어떻게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심지어는 그 안에 프로그램을 제어할 수 있을까?


보통 스마트폰 앱은 손가락으로 제스처나 터치를 입력받아 버튼을 누르고 사용자와 상호작용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HMD(VR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헤드셋)에 넣은 상태로 VR을 볼 때는 직접적인 입력을 받을 수 없다.


HMD에 이미 장착한 상태로 VR 영상을 감상중이라면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를 수도, 그 어떤 터치와 같은 조작을 할 수도 없다.






이게 해결 가능 한 문제인가?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다.


나는 해결했다.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자 함은 아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다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은 생략하도록 한다.

아래의 내 블로그에서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다.

https://fanxy0n.tistory.com/2









https://youtu.be/BKorP55Aqvg?si=8awY7jKI1YW1nEfd



위 영상 'The Expert'는 전문가에게 말도 안되는 문제를 막무가내로 요구함으로써 직장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소통 오류를 보여주는,

무지에 대한 무지를 비판하는 리얼리티 코미디 영상이다.



이 영상은 실제 제작 과정과 기술을 모르는 비전문가와 전문가가 협업하면서 종종 나오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전문가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는다.


서로 수직으로 교차하는 7개의 직선을 그려달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요구와 한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 없이 영상은 끝이 나게 된다.


답답한 나머지 전문가는 칠판에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려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요구인지를 설명하려 한다.



사실 7개까지 갈 것도 없이, 직선 세 개만 그려보면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온다. 직선 1, 2는 서로 교차하고 있지 않고 평행을 이룬다.







그걸 본 디자이너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이러면 직선 세 개가 모두 교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되겠냐.


이건 수직으로 교차하고 있지 않다.



.


.


.


우리는 우리의 전문 분야에서 종종 이와 같은 일을 겪는다.


내가 겪었던 문제도 마찬 가지였다.










나는 이 영상을 보면서 이것을 어쩌면 차원을 높이는 문제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3차원에서 3개의 벡터는 서로 수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7차원 이상에서 직선들은 서로 수직일 수 있지 않을까?


차원을 높여서 생각하면 막막해 보이는 일에도 실마리가 보이기 마련이다.










<대체 뭐가 문제야?>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로 그 유명한 '엘리베이터 문제'를 제시한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해서 불만을 얘기했다.


그래서 어떤 엘리베이터 회사는 100억을 들여서 기다리는 시간이 20% 줄어드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사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너무 늦게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이야기한 것이다.


여기엔 절대적으로 측정가능한 기준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엘리베이터 앞에 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을 보다 보니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늦게 오는 것 자체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 여기에 노력의 80%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게 제대로 되면 오히려 문제 해결 방법은 따라오게 된다.





어떤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문제를 객관적인 시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이다.


문제와 그를 둘러싼 현실을 직시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인식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에 비해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일은 어떤 형태로든 그 차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그 첫 단계는 불만족한 현상을 해결 가능한 형태의 문제로 표현하는 것이다.






https://youtu.be/3H4umWD5bwI?si=POEWo6AvizirhiIC



위 영상에서 배민 CEO는 “개발자라면 본인을 정의할 때 본인이 코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프로그래머란) 결국엔 우리에게 주어진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코딩을 천 줄 하든, 만 줄 하든 중요한 것은 그 코드로 인해 얻은 비즈니스적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책을 바꾸고 프로그래밍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프랑스 르 피카로(Le Figaro) 기사에 다르면


인터넷에서 빨리 찾기 어렵고 꽤 생각을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개인정보보호, 달의 영토권 주장에 대한 문제까지 여러 테마가 혼재되어 있는 법학시험에서


ChatGPT는 15초 미만의 고민후 20점 만점에 11.75점을 받았다고 한다.




대체로 우리는 컴퓨터는 못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복합적인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하나로 통합하는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가 증명하듯 이런 '융합'을 통해 의견을 내는 문제에서도 AI는 굉장히 빨리 대답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암기 위주의 교육은 어느 정도 컴퓨터로 대체될 수준이 되었다.


그래서 논리력 위주로 인재를 평가하기 위해 리포트나 논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학과 기업이 변화했다.


그러나 사실상 언어 모델 AI는 이것을 인간보다 더 빨리, (심지어) 잘할 수 있게 됐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대학과 인재 선별 기준을 포함하여 누가 그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 기준을 묻는다면,


즉, 인간이 인공지능을 대체할 수 없는 한 가지 능력이 무엇이겠냐 묻는다면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


이라고 답하겠다.





우리는 결코 문제를 제거할 수 없다.
문제, 해결안,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끝없는 사슬을 구성한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은 새로운 문제가 우리가 '해결한' 문제보다 덜 성가시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많은 새로운 문제들이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생겨난다.
어떤 문제에 접근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일단 문제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의 세계에서는 문제가 세 개 이하로 발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문제를 이해할 때, 잘못될 수 있는 경우를 적어도 세 개 이상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의 정의에서 간과하는 것들은 적어도 수백 가지는 된다.
그중에서 세 가지조차 생각해 낼 수 없다면, 단적으로 말하는데 이것에 대해 당신이 전혀 생각할 수 없거나 앞으로도 생각해 내지 못할 것이다.
- 74~77 <끝없는 사슬>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자질은 기획력이다.


무슨 일을 할지, 어떤 걸 만들지 정하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기술과 그것을 사용할(영향받을) 사람에 대한 이해를 근간으로 하는 기획력을 가지고


무엇을 가져갈지, 혹은 버릴지, 어떻게 조정할 지에 대한 기획으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나의 사고 구조를 파악해 취약점을 보안하고 보다 합리적인 결론으로 인도하는 자기 수련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1.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2.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고


3.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럼 그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이것이 진정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좋은 실마리가 될 만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생에 한 번은 내가 참된 것으로 인식했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뒤집어엎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토대를 쌓아야 한다.
나는 앞으로 오직 진리만 탐구할 예정이다.
일생에 한 번은 내가 참된 것으로 인식했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뒤집어엎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토대를 쌓아야 한다.
나는 앞으로 오직 진리만 탐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털끝만큼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것은 전적으로 거짓된 것으로 규정하고,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내 안에 존재하는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데카르트


이 책에는 오래전 스위스 제네바 호수 위쪽에 고속도로 터널에서 실제 있었던 '터널 전조등'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터널을 들어가기 전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경고: 터널입니다. 전조등을 켜세요."


아주 일반적인 문구이다.


우리나라의 터널 근처에서도 비슷한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터널에서 빠져나온 후 불과 4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멋진 전망 휴게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매일 수백 명의 관광객이 그곳의 경치에 마음을 뺏겨버려


풍광도 즐기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한참있다 돌아오곤 하는데...


아뿔싸!


전조등을 계속 켜 놓고 나가 버리는 바람에 자동차 배터리가 다 나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너무 자주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여 스위스 당국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터널이 끝나는 곳에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붙이는 것이다.


"전조등을 끄세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을까?


그 답은 아래 짤과 같다.



위 짤과 같이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나니 또 다른 더 큰 문제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 스위스 운전자들이 밤에 터널을 나가면서 전조등을 끄는 바람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터널 끝에 좀 더 명확한 설명이 담긴 표지판을 설치하면 어떨까?


직관적이면서도 명확한 설명 말이다.


당국은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내었고 마침내 스위스인 특유의 정밀함을 담은 다음 표지판 문구가 작성되었다.


"낮인데 전조등이 켜져 있으면 전조등을 끄시오.

밤인데 전조등이 꺼져 있으면 전조등을 켜시오.

낮이고 전조등이 꺼져 있으면 그냥 놔두시오.

밤이고 전조등이 켜져 있으면 그냥 놔두시오."


지옥의 if문 설정을 담은 친절하고도 명확한 문구가 완성되었다.


착하고 규범을 잘 준수하는 바르고 뻣뻣한 스위스 운전자들은 표지판의 문구를 지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 문구가 너무도 긴 나머지 긴 문구를 읽다가 가드레일을 넘어가는 사고가 속출하고 말았다.


표지판을 다 일고 난 후에 운전자가 전조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는 이미 차가 가드레일을 넘어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을 것이다.


스위스 당국은 사면초가에 빠져버렸다.


좀 더 나은 대안을 찾아야 했다.





책임 엔지니어는 "그것은 그들의 문제"라고 정의하는 방식을 택했다.


운전자들에게는 문제를 풀 강한 동기가 있다고 가정했고, 운전면호를 딸 정도의 사람이라면 똥멍청이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는 고민 끝에 표지판의 문구를 한 문장으로 줄임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


.


.


"Are Your Lights On?(전조등이 켜져 있습니까?)"


이 표지판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짧은 메시지기 때문에 여러 나라 언어로 표기하는 것도 문제없었다.


엔지니어는 당시 얻은 교훈을 잊지 않았다.


작은 팁이 완벽한 안내 문구보다 훨씬 효과 있다는 것.



작가의 이전글 영양학계 최고 권위자가 알리는 건강에 대한 오해 5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