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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YB Jul 12. 2024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갈까?

책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읽고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리처드 파인만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전부 이해한다면, 이해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지구상, 아니 인류역사상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양자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다.

이 세상은 입자들로 구성된 단순한 '유물론'의 실재가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실재라는 것이다.

이 세상의 실체는 오직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세상의 모든 게 물질이 아닌 '관계'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대체 이 세상의 실체는 어떻게 생겨먹은 것이란 말인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무엇을 중심으로 생겨난단 말인가?

나의 생각, 나의 가치관, 내가 아름답게 여기는 것들, 내가 찾은 의미들, '나' 자체 또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다는 걸까?

이 질문들의 답을 탐구하기 위해 가장 근원적인 것들을 되짚어가다 보면,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존재, 즉, '양자'를 인식하게 된다.


일단, 양자란 무엇인가?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양자(量子)란 영어로 Quantum, 라틴어로 'quantus'에서 온 말로 'how much' 즉, 수량의 양을 의미한다.

양자는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 단위를 의미하고 있는 말이다.

분절적으로 특수한 입자가 띄엄띄엄하게 있고 이것을 양자라고 이름 붙였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말대로) 사실 양자가 그 특성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기에 좋은 이름은 아니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 이름이 우리의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히려 이는 과학의 역사 속에서 전모를 모르고 사용해 왔다가 굳어진 형태에 가깝다.

애초에 양자라는 이름은, 인류가 전자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기 전에 이름이 지어졌으니, 적절한 이름이 아닐 만도 하다.


기존엔 더 이상 나눠지지 않는 최소 단위가 원자라고 설명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자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아주 아주 아주 작다.

지구 vs동전의 크기의 비율이 동전 vs원자의 크기와 비슷한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가 나눌 수 없는 세계를 이루고 있는 가장 최소의 단위는 아니다.

(화학반응을 통해 더 쪼갤 수 없는 단위는 맞다.)

원자 또한 기본 구조를 보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그림으로 나타내곤 하는데, 사실 이는 인간의 이해를 위해 표현한 것일 뿐, 실제 원자의 생김새와는 다르다.

일단 전자는 그림과 같이 원자핵을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지 않다.

학창 시절, 이해를 위해 우리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돈다'라고 배웠지만, 사실은 확률적으로 궤도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뿐이다.

확률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전자의 위치는 관측하는 순간에 결정된다. (사실 여기부터가 양자의 특성이다.)


그리고 비율부터가 맞지 않는다.

원자핵과 전자는 저렇게 가까이 붙어있지 않는다.

원자가 1m라고 한다면, 실제 1m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의 1/4 정도이다.

원자핵이 1m라고 한다면, 실제 1m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의 700배이다.

원자핵은 생각보다도 훨씬 작고, 그만큼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도 훨씬 크다.

원자핵을 짐볼만 한 크기라고 가정하고 서울 시청 한가운데 원자핵을 가져다 놨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전자는 어디에 있을까?


전자는 짐볼보다도 훨씬 작은, 먼지만 한 크기로 서울 외곽 쪽을 돌고 있다.

서울 시청과 서울 외곽 사이에 짐볼과 먼지 몇 개를 제외하고는 빈 공간이다.

드넓은 서울에 짐볼하나와 먼지만 굴러다니고 있다.

그 사이는 텅 비어있다.

즉,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사실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리고 우리 주위는 텅 비어 보이지 않는 걸까?

혹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로 또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현대과학이 내린 결론으로는 그럴 수 없다.

텅 비어있는 게 맞다.

다만, 전자가 서울외곽에서 미친듯한 반발력으로 모든 것을 튕겨내고 있을 뿐이다.


참 재밌는 사실은 빅뱅 이후, 그러니까 세상이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원자의 양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세계를 이루고 있는 원자의 개수는 단 한 개도 추가되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영원히 동일하다.

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분해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노화되지도 않고 죽음도 없다.

그저 재구조화될 뿐이다.

어쩌면 어느 시점엔 우리를 이루는 원자들이 한 점에서 함께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의 나와 너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수억 년 전 존재했던 자그마한 별을 이루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2편에서 계속-




참고)

https://youtu.be/QK2-QUcp4zY?si=F8LgVKlnGfjSem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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