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의 시간

그녀의 이야기 Take#12

by K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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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있던 시간은

꿈같았다.


잃어버렸던 나를 찾은 것 같았으며

내 속에 숨겨져 있던 어떤 강한 의지를

찾은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이 하루 저녁 일탈에서 비롯한 기분인지

아니면 그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며

생겨난 기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낸 후

그와 나는 그의 방에서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을 서로 나누었다.



'딸깍'


아직도 불이 꺼져 있는

어두운 집에 들어와

불을 켜지 않은 채 그냥 소파로 몸을 내던졌다.


나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문득 나의 인생에 대해

깊은 회의감과 의문감이 밀려왔다.


그는 꽤 좋은 집안에서 자라

같은 전문직종의 여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


나는..

그저 그런 집에서 태어나

보통의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삐그덕 대지만 나름 차분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하고 싶었던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 역시

무기한 딜레이였다.


물론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 의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와 시간을 보낸 후

나는 행복감이 아닌

적당한 우울감 사로잡혀

피곤에 지쳐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비, 야근이 길어져서

오늘 오전 근무까지 쭉 하고

바로 퇴근할게.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남편에게 온 메시지 소리에

잠이 깨어 보니

새벽 4시를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밖은 꽤 어두웠고

공기 또한 축축했다.


슬라임처럼 늘어져 그렇게 밤새 잤나 보다..


그에게 연락을 해볼까..

생각해보았지만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결정을 하고 난 후,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요 며칠

그 와의 저녁과 관계만을 생각하느라

제법 무신경해진 나를 문득 떠올리며

오늘 점심은 맛있는 것을 해서

같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씻지도 못하고

나와 그의 체취로 뒤섞인 몸을 씻어내기 위해

꼼꼼히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가지고

거실 소파로 돌아와 앉으니

메시지가 한통 와 있었다.


보낸 사람:

'정우 씨'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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