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나와 같을까

그녀의 이야기 Take #13

by K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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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메시지를 확인하려니

왠지 두려워 한동안 폰배경화면만

멍하게 내려보고 있다

폰을 열었다.


'지은 씨, 저는 잠이 일찍 깨었네요.

오늘 좋은 하루 되길 바라요'


가만히 폰을 내려놓고

남은 맥주를 마시며 소파에 앉더니

문득 그를 만난 순간부터 어제저녁까지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

그는 나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왔고

그를 알게 된 그다음 날부터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제법 그가 생각나곤 했었다.


그러다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고

카페를 가고 공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그와 나 사이엔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의

어색함이나 불편함 따윈 없었다.

굳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오늘의 내가 기분이 어떤지

피곤한지, 걱정이 있는지

걷고 싶어 하는지

공원에서 더 있고 싶어 하는지

다 알아챈 듯 챙겨주는 그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동거 동락하며

지내던 때와는 달리

사회에 나와서는

도무지 나의 마음속을 다 뒤집어 보여줄 수 있는

친구는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굳이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사회라는 곳은 나에게 조금 더 팍팍했고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그러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의 연약한 속살은

두껍디 두꺼운 껍질 속에 잘 담아

아무도 볼 수 없는 -나조차 꺼내기 힘든 마음 어느 구석으로- 꼭 넣어두었다.


누군가 나의 속살을 꺼내어 보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 내려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오래도록 알고 지낸

허물없이 말할 수 있는

학창 시절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울기도 웃기도 하며

많은 속마음을 이야기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존재는 내가 채 알아채기도 전에

내 안에서 이미 너무 커져있었고

그에 따라 마음속의 혼란스러움도

함께 가중되었다.


그가 건드리는 나도 모르는 나의 속마음은

가끔 나조차 당황하게 만들었고

때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져

아닌 척 눈물을 살짝 닦아낸 적도 많았다.


그와 나의 사이를 생각하려 할 때면

왠지 모를 마음속 어떤 부분이 울렁거려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그는..

나의 하루에서 떼어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의 관계는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그가 느끼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같은 마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반 연인 관계와는

아주 다른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며

스스로에게 어떻게 납득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폰을 열어

그에게 답장을 남겼다.


'저도 일찍 잠이 깼어요.

정우 씨 오늘 시간 괜찮으면

그 카페에서 만나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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