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집

그녀의 이야기 Take#14

by Kate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소파에 털썩 앉은 채

머리에 드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

하나하나에 답을 내리느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즈음

남편이 누르는 벨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잔업이 많아져 야근을 끝내고 온 남편은

피곤하지만 제법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선

문을 열어준 나를 꼭 안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마치 힘들었던 하루를

보상받으려는 것처럼..


"아침 간단하게 해 줄게. 얼른 먹고 한숨 자"


미처 아침 준비를 하기도 전이라

급하게 냉장고에 있던 계란 몇 개를 꺼내어

스크램블을 하고

밑반찬 와 밥을 퍼서 상을 차려주었다.


새벽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을 해서 너무 배가 고프다며

허겁지겁 먹는 그가 안쓰러워

옆에 가만히 앉아 마시고 있던 맥주를 홀짝였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떤 이유를 만들어야

그 일들이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아니, 과연 그게

가능키나 한 것일까.


허겁지겁 한 그릇을 다 해치운 남편을

안방 침대에 눕히고

조용히 방문을 닫은 채 거실로 나왔다.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는 남편을

푹 자게 해 두려고

나는 간단히 가방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야 막 새벽 공기가 걷힌

아침은 약간의 습함이 막 밀려오려던 참인 것 같았다.


이 아침에 여는 곳은

출근하는 사람들의 아침을 깨워주는

커피를 파는 카페뿐이었기에

당연한 듯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게 아직 오지 않은 답장을 기다리며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창가 자리로 와 앉았다.


바삐 일을 하러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멍하게 보고 있자니,

나만 너무 느리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핸드폰을 끄적이다

가까운 요가센터에 요가강사 자격증 수업을

하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며 이것저것을

따지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정우 씨였다.


그는 오늘 오프인 날이라며

지금부터 언제든 시간이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그에게

지금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이 일어나기 전

간단히 그와 이야기를 끝낸 후

집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어제 설레는 마음으로 갔었던 그 길을

오늘은 약간은 더 무거워진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벨을 울리지 마자

부쩍 피곤해 보이지만 활짝 웃는 그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왠지 불편했던 의 마음이

괜찮다며 작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가만히 걸어가

거실 소파에 살짝 앉았고

그도 물을 한잔 따라와서는

내 옆에 앉았다.


잘 잤느냐며 웃으며 묻는 그에게

나는 어떤 표정으로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무뚝뚝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나는

꽤 어정쩡한 표정으로 잘 잤다고 대답했다.


그런 나를 귀여운 듯 보는 그와

나는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할 이야기가 뭐예요 지은 씨?"


그의 질문에 나조차 잘 알지 못하는

그 어떤 질문을 찾느라 머뭇거리는 동안

이내 그는 나에게 더 가까이 왔고

나를 덮은 그의 입술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더 할 수 없었다.



그의 방 침대 위,

나는 잃어버려 할 수 없었던 그 질문을 다시 찾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그와 있는 시간은

너무 편안하고 또 편안했다.


마치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시간 같았다.


이 시간은 내가 이지은이 아닌

예전 언젠가 이 세상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그 여자가 되어있었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하지 못했던 것들

놓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시 다 잡고 싶어 졌다.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보냈던 나를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뒤돌아보게 해 준 사람.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는 무슨 관계냐고.


하지만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내가.. 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당장 알아야 할 문제 같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입도 벙끗하지 않고 그의 팔베개를 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먼저 운을 뗐다.


"지은 씨, 나는 지은 씨랑 계속 만나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겠죠?"


계속 만남을 이어 가는 것..

이어가면.. 이어간다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그와 나는 그 이야기 끝 어디쯤 서 있을까

그와 나는 그때 웃으며 행복할 수 있을까


"지은 씨, 지은 씨를 처음 본 날부터

지금까지 지은 씨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요.

내 마음이 진심인 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내가 아무 말이 없으니

그가 먼저 속마음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내심 싫지 않았던 나는

조금 더 가만히 있기로 했다

-사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우리의 상황.. 알지만

지은 씨만 좋다면 조금 더 만나봐요 우리"


알 수 없는 그가 풍기는 편안함에 취해

나 역시 그러고 싶노라고 대답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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