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에 그가 들어오다
그녀의 이야기 Take#11
'띵동'
"지은 씨 왔어요?"
"네, 저예요"
그가 문을 열어주기 전
가방 속 팩트를 꺼내 급하게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냈다.
환히 열리는 문 사이로
활짝 웃으며 나타난 그가
여느 때보다도 더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었다.
어색함을 지우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격자무늬의 러그가 길게 깔린
복도식 현관을 지나가니
진한 겨자색 소파가 있는 거실과
오른쪽엔 잘 정리되어 있는 부엌이 보였다.
누가 보아도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 사는 집이었다.
뜬금없게도 순간 우리 집은 어땠지
떠올린 나는
그 생각을 읽히기라도 하듯 혼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지은 씨, 이쪽으로 앉아요"
6인용의 진한 브라운색의 식탁에
냅킨, 포크, 나이프가 잘 정리된 자리에 앉았다.
맛있게 보이는 과일이 들어간 샹그리아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진한 마늘과 토마토소스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했다.
샹그리아를 먼저 한 모금 할까 고민하던 찰나
그가 완성된 관자 토마토 파스타를 가져다주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점심도 먹지 못했더니
파스타가 더 맛있게 보였다.
관자가 보란 듯이 올려져 있는 -여태 먹었던 싸구려 파스타와는 다른 느낌의- 파스타 두 그릇과
오븐에 가지런히 구워 내온 가지 라자냐까지
식탁에 차려졌다.
얼마 만에 남이 정성껏 해준 밥을 먹는 것일까..
"잘 먹을게요 정우 씨!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맛은 모르겠지만 많이 드세요 ^^"
웬걸, 맛도 웬만한 레스토랑 뺨치는 맛에 놀라
별 말도 없이 한 그릇을 뚝딱 해버렸다.
가지 라자냐는 집에 가서 만들어봐야지
생각했다.
오늘은 어떤 것들을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이런저런 이야길 하며 그와의 저녁을 끝냈다.
그가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으며 물어봤다.
"아, 지은 씨! 집 구경시켜 드릴게요 잠시만요~"
"아... 네"
이 집을 둘러보는 것이..
맞는 걸까
아니, 난 손님으로 온 것인데 뭐..
여러 가지의 이상야릇이 섞인 마음들이
각각의 목소리로 내 마음이 시끄러워졌다.
곧 그를 따라 거실, 화장실, 게스트룸,
잘 꾸며진 그의 서재, 그리고 안방을 둘러보았다.
안방을 볼 때엔
나도 모르게 뭔가 머쓱해져 제대로 보지 않고
'이쁘네요 집이 참'
이라는 어색한 한 마디로 빨리 거실로
나와버렸다.
그는 나의 그런 기분을 알아챘는지 아닌지
나를 보고 히쭉 웃으며
"우리 거실로 가서 남은 와인이랑 과일 먹어요" 라며
내 손목을 잡고서 거실로 갔다.
소리는 무음으로 해놓은 채
영상만 부질없이 나오는 거실 소파에
둘이 앉아 남은 와인을 홀짝였다.
보통 주말엔 무엇을 하는지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지
등등 기본적이지만
서로 알고 싶은 것들을 물어가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가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쁜 와이프와 한두 살배기의 딸이 있었고
-현관문에서부터 세워져 있는 액자들로
알 수 있었다-
그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사실였지만
그것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은
꽤 충격이 클 만한 일이란 것을
오늘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처음 이렇게 가깝게 앉아서
술도 홀짝이며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지만
의외로 어색하지 않아 놀랐다.
그도 나에게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이는 있는지
나는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는지를 물었다.
약간의 취기가 올라
발그스름해진 얼굴로 눈이 마주치자
왠지 서로 웃음이 터져버렸다.
한동안 그렇게 웃다
살짝의 정적이 흘렀고
옆으로 다가오는 그가 싫지 않았던 나는
그렇게 나의 곁을 그에게 내주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