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Flo Dahm from Pexels남편이 사 온 저녁을 다 먹는 내내
그 사람의 저녁 초대에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먹느라
밥이 어떻게 넘어갔는지조차 모르게
한 그릇을 비웠다.
상을 깨끗이 치운 후,
남편은 보던 티브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고
나는 폰을 들고 잠시 내 방으로 들어왔다.
건조만 해두고 미처 다 개지 못한 빨래들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듯
행여 누가 알아챌까 조심히
그의 저녁 초대에 답장을 하기로 했다.
'정우 씨,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요.
시간 알려주면 맞춰 갈게요'
답장을 보내고 나서 폰은 살짝 충전기에
꽂아두고 거실로 나갔다.
폰은 빨랫더미에 있는 아무 옷가지로 살짝 덮은 채.
'오늘 오후 6시쯤
저희 집으로 오세요.
맛있는 저녁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폰에 그의 답장이 와 있었다.
아직 여섯 시가 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설레어서인지 긴장이 되어서인지
샤워를 할 수도 집안 청소를 할 수도 없었다.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지..'
옷장 문을 열어 가지런히 걸어놓은 옷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살핀다.
오늘따라 잘 입지 않던 쑥색 원피스가 눈에 띄어
옷장에서 꺼내어 문고리에 걸어둔 후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어느샌가 여름이 온 뉴욕의 오후는
습하기 그지없고 그늘에서조차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없다.
청소를 끝낸 후,
뜨거운 공기가 들어올 수 없게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까지 내렸다.
땀 흘리며 청소를 해서 인지 피곤해
땀범벅인 채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학교에서 돌아온 동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시간을 보려 연 폰에는
오늘 저녁 역시 야근으로 늦는다는 남편의 문자 한 통과
잘 지내냐는 친한 친구의 문자가 한통 와 있었다.
그의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답장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서둘러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 후
얼마만인지 메이크업을 해본다.
언제 쓰고 안 썼는지 많이 굳어버려 겨우 나오는
아이라이너로 억지로 화장을 하고
머리 정리도 했다.
현관문 앞 걸어놓은 전신 거울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체크를 한 후,
평소엔 들지 않던 핸드백을 꺼내어 들고 집을 나섰다.
기분 때문일까,
비교적 들뜬 마음에 왠지 싱긋 기분 좋은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의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미처 이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