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놀기 - 온라인 게임 편 (2)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 줄여서 엘오엘 또는 롤.
이 게임은 무려 남편이 십 년도 더 전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계속하고 있었던 그 게임이어서, (시험은 붙었지만…)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게임이면서, 몇 년이 지나도록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게임이고, 듣자하니 요즈음은 초등학교 고학년도 중고등학생도 그렇게 다들 한다고 하는 바로바로 그 게임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얼마나 재밌길래-?!
한 달 전 즈음, 남편은 본인 작업실 PC에서, 나는 거실 PC에서, 딸은 부엌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각각 LOL을 다운받아,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
AI상대 대전과 봇들 상대로 소환사의 협곡만,
한판, 두 판... 해나가면서
첫날에는 아마 3-4판 정도 한 것 같다.
뭐지? 왜 이렇게 재밌지?
그리고 각자 자리에서 "힐(heal)! 힐(heal)!" "죽는다 죽는다!!" "도와줘 도와줘" "집갔다 올게" "용 잡으러 가자" "도와주러 갈게" "준비됐나"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다다다 다다다 마우스 소리에, 미드로, 바텀으로, 탑으로 힘을 합쳐서 봇 챔피언들을 죽일 때면, 왠지 모를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번만 찍어도 그리로 가는데, 갈때까지 다다다 다다다 마우스를 찍고있는건...나만 그런건 확실히 아닌듯.)
남편의 추천으로 넷플릭스에서 아케인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나는, 그 영향으로 주로 징크스를 선택했고 가끔은 일라오이로, 딸은 케이틀린이나 그웬으로, 남편은 그때그때 우리에 맞는 챔피언을 택해서 들어간다.
징크스가 총을 쏠 때면 탕-탕- 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고, 원거리 딜러라 미니언들이나 챔피언에 가까이 붙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AI상대 대전이야 금방 끝나지만, 소환사의 협곡을 우리끼리 하는 때에는 정말 힘들게 이겼을 때에는 "승리"가 뜨면 어찌나 후련하고 기쁘던지...우리는 항상 각자의 자리에서 "우후~"하면서 단전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환호와 함께 기쁨의 박수를 치게 되었다.
똥 손인 내가 잘할 리가 없고, 게임보이인 남편이 항상 하드캐리하지만, 그래도 한 달 정도 꾸준히 하니, 징크스는 꽤 다룰 줄 알게 되었다.
메이플스토리처럼 너무 왼손을 막 누른다는 게 문제지만, 최고는 16 킬도... 하였다는 사실! 롤할 때 나의 목표는 항상 0 다이가 되었다!
그러나 킬보다 다이가 문제다. 25 다이도 해봤다. ㅎㅎ 언제냐면... 딸과 상대편에서 싸울 때.
딸은 득달같이 나를 죽이려고 계속해서 나만 타깃으로 하고, 미숙한 내가 당했던 것.
그때 알았다.
아... 나도 승부욕이 어느 정도는 있구나 ㅎㅎ
보드 게임할 때는 어떻게 하면 저줄까를 엄청나게 고민하던 내가, 딸한테 지는데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특히나 딸이 나만 죽이려고 쫓아오니 더 그랬던 거 같다.
그래도 몇 번 하면서 1판은 이긴 것 같다.
우리는 랭킹 게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채팅창에 말이 하두 험하다니깐, 무서워서 안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채팅은 안 보면 되기 때문에 상관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실력으로 누구한테 폐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용히 우리 가족끼리 하는 게 더 나은 거 같다.
그래, 이걸 중학교 남학생들이 친구들과 서로 헤드셋 끼고 마이크로 이야기하면서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다. 우리끼리 해도 이렇게 재밌는걸 ㅋㅋ
한판에 짧게는 15분 길게는 정말 50분도 해봤는데, 하루에 한 두 판 정도면 그래도 즐거운 오락 생활이 될 거 같다.
내가 한번 소나를 했는데, 내가 어리바리하게 있으니, 딸이 등 뒤에서 목터질듯 "힐(heal)~ 힐~ 힐~!!!!!!!!!(크레센도로)"하고 소리를 쳐서 배꼽 빠지게 웃었다. 전쟁 난 줄. 고막 터지는 줄.
왜 엘오엘~ 엘오엘 하는지 알겠다.
친구와 가족과 함께하면 더 재밌어서 그런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