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먹겠다고 등산가겠다고 한 딸의 최후
우리의 네 번째 등산 (다랑쉬 오름, 구룡산 1차, 구룡산 2차 이후) 도전기!
목적지는 바로 구룡산 옆의 대모산.
지난번 구룡산 완등하고 내려오면서, 다음번엔 구룡산(306m)보다 조금 더 낮은 대모산(293m)을 가보자고 의기를 투합한 것이, 겨울이 한참 지난 지난주, 그러니까 4월 초에 실행된 것이다.
사실 딸에게는 다른 목표가 있었는데, 바로 학교에서 과제를 잘해서 받을 수 있는 선물 중, 친히 골라온 컵라면을 등산해서 먹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공기도 맑고, 날도 맑았던 매우 완벽해 보이는 토요일 아침, 9시 즈음, 등산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에 슬슬 대모산을 향해 출발했다. 사실 '구룡산 옆'이고 구룡산과 비슷한 높이라는 정보만 있었을 뿐이어서 좀 가볍게 생각하고 올라갔다.
그런데 웬걸, 대모산은 구룡산보다 집에서 멀리 위치하여, 높이는 13m가 더 낮지만, 가는 길은 훨씬 더 멀었던 것이었다. 딸은 컵라면에 부을 뜨거운 물이 식을까 봐 걸음을 재촉했고, 생각보다 더운 날씨와 생각보다 긴 여정에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한 절반 정도 올라갔을 때, 벤치에 테이블까지 세트로 마련된 곳이 있어서, 딸을 달래고자 컵라면을 먹고 힘을 내자고 했다. 딸은 전리품이자 난생처음 먹어보는 육개장을 '완라'하고, 남편과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도 듣고, 여기저기 피어있던 진달래(철쭉인가?)도 보면서, 이제 막 푸릇푸릇해지려는 나뭇가지들을 감상하며 즐겁게 올라가다가도, 이내 얼굴이 불긋해지고, 입은 조금씩 튀어나오면서 괜히 컵라면 때문에 등산을 시작했다면서 불평하는 딸을 달래야만 했다.
사실, 너무 힘들면 내려와도 되는데, 오히려 대모산 정상 가까이로 가니, 능선에 길이 잘 닦여있었기에 편하게 걸을 수 있었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딸의 눈치를 보며 어르고 달래게 되었다.
결국 내려가자는 딸의 말에, 마침 눈에 띈, 아이스바를 들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정상에 분명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가 있을 거라며 한번 더 달래어서 기어코 정상까지 올라갔다.
드디어, 대모산 완등!!!
우리는 그렇게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완등의 뿌듯함을 느끼면서 각 1 아이스바의 달콤함을 느꼈다. (예상대로 아이스크림 파시는 분이 계셨다!)
내려오면서도 딸은 다시는 등산을 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남편도 내려올 때는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내 머릿속에는, 이제 등산은 혼자 가야 하나, 혼자 가면 무서운데... 하는 생각들이 오고 갔다.
하지만, 딸과 남편 둘 다, 힘들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쁨이 나쁘지 않았는지, 남편은 다음에는 우면산을 가볼까... 했고, 딸도 그래 볼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산행지를 협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잉.
참으로 신기하다. 나도 등산은 많이 안 해봤지만, 등산에서 마주하는 자연을 온전히 느껴보는 일과, 완등 했을 때의 뿌듯함에 등산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번 공기 좋은 날엔, 바로 우면산으로 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