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Jul 10. 2020

인생을 닮은 요리

식탁 위의 시간



가족을 위한 요리 시간을 제외하고 누군가를 위해 요리 한 시간이 8년이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덕분에 다양함 속에서 나만의 인생 레시피가 생겼다. 요리사로서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요리사는 음식재료에 따라 손질, 보관, 요리 방법이 달라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요리사의 의무이다.

그리고 자신 만에 맛을 내는 것이 요리사에 과제이며 특권이다.

책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어 메모한 적이 있다. 

'순무는 자신에 노력으로 깊은 맛을 내는 재료이다.'라고 쓴 글귀가  내가 순무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해

주었다. 순무의 노력으로 맛을 낸다는 글이 요리사로 산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순무는 생으로 먹었을 때 아삭하고 시원하다. 씹어서 목으로 넘어갈 때쯤 단맛이 조금 난다. 사과처럼 한 입만 깨물어도 온 미각이 열리듯 침이 고이게 신맛, 단맛이 나는 것에 비해 순무는 생으로 먹었을 때 매력적인 맛은 아니다. 순무에게 시간이라는 양념이 부으면 맛이 달라진다. 순무 담근 장아찌는 아삭함이 생으로 먹었을 때 보다 몇 배나 더 아삭해지고 단맛이 난다. 식초와 소금으로 절여진 순무는 수분이 빠지면 질감이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아삭한 식감은  더 좋아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순무 장아찌는 다른 음식을 더 빛나게 하는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조연이 된다. 첫 입에 모든 맛을 알아볼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시간의 노력이 부어지면 깊은 맛을 낸다.  나는 순무처럼 깊은 맛을 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파리에 가면 관광지보다는 로컬 지역에 숙소를 구한다.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기 위해서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행이 더 오래 보관되는 느낌이 든다. 파리 13구에 머문 적이 있다.  

파리 13구는 우리나라 홍대 느낌이었다. 학생들도 많고 젊은 직장인들도 많은 지역이었다. 관광지역에 없는 작은 식료품 가게, 문방구, 서점이 있었다. 파리 사람들의 일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지역이었다.

저녁 시간에 되면 비스트로 식당 앞에 줄을 선다. 서민적이고 한식에 원조 집 같은 식당이 비스트로 식당이다. 파리 사람들은 고기 요리 중 오리나 닭 콩피라는 요리를 즐겨 먹는다. 콩피는 오일에 향신료를 넣고 저온에서 재료를 익히는 방법에 요리이다. 이 요리는 한식의 족발 같은 요리이다. 많은 식당들이 이 요리를 판다. 하지만 식당마다 맛이 다르다. 메뉴 판에는 식당마다 다른 소스를 적혀 있었다. 오렌지, 캐러멜, 허브, 오일, 크림, 라즈베리 소스들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식당마다 다른 소스의 콩피 요리를 먹으러 간다.  맛 집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요리사의 깊은 소스 맛에 열광한다. 파리 요리사에게 소스는 순무처럼 시간의 노력이 만든 작품이었다. 작품이 유명해지면 요리사의 맛은 힘이 된다. 파리에서 요리사는 한국의 아이돌처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식의 나라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 듯 콩피 요리도 집집마다 소스가 다르다. 프랑스 요리가 한식과 다르지만 같은 재료로 다른 맛을 입을 수 있는  것은 한식과 닮아 있기도 하다. 나는 이런 프랑스 요리에 매력을 느낀다. 계절마다 다른 식 재료들이 나온다. 요리에 계절을 담고 자연을 담는 것은 요리사에 일이다. 하지만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떻게 만들지는 오롯이 요리사에 선택이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색을 입힐지는 각자에 몫이고 선택이다. 나는 순무 같은  재료로 맛을 내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듯이 인생을 요리하고, 요리에 인생을 담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