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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로 Jan 05.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자막이냐 더빙이냐

스포없는 감상기, 그리고 번역에 대한 지적

https://youtu.be/Il26FpmQm0Y

관람전 <슬램덩크> 뽕이 찰만한 비공식 오프닝?!


자막 vs. 더빙 비교를 하자면...


결론부터 얘기하면 자막이 나았다. 일본판 한국판 모두 성우교체 이슈가 있어서 TV판을 기억하던 사람이 감상의 연속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면 오로지 캐릭터와 목소리의 어울림만이 기준이 될텐데, 더빙판이 그 이질감이 더 하긴 했다. 특히 거슬리는 캐릭터는 송태섭이나 안선생님, 산왕감독 도진우 정도가 생각이 난다. 극중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되는 캐릭터가 아무래도 목소리 비중이 가장 큰데 이것도 더빙판이 좀 더 캐릭터와 덜 어울렸다. 보다보면 저 캐릭이 과연 이런 목소리로 말을 할까...하는 신도 몇개 있었고. 강백호 등 두말할 나위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성우들의 연기가 문제라기보다 애초에 목소리톤부터가 극 중간중간 문득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비중이 더 높다랄까.


일본판의 목소리가 확실히 원래 캐릭터에 더 착 감긴다. 보다보면 이질감 같은거를 자각할 틈이 잘 안보인다.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원작자, 감독, 각본 모두 이노우에 다케히코다. 이런 명시적인 역할 외에도 그가 이 작품제작 전반에 관여했고 그건 성우 캐스팅에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 TV판은 당시 어른들의 사정으로 원작자인 이노우에가 제작에 관여할 여지가 훨씬 더 적었고 성우진도 그러했던걸로 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자막판에 나오는 일본성우의 목소리가 도리어 원작자의 의도에 더 부합한다고 보아야 하기도 하고. 내가 겪기로도 자막판에서 '아.. 이건 좀...' 했던 이질감의 경험은 거의 없었다.


나는 성우의 연기는 배우의 연기와는 다르게 목소리만 나오기 때문에 어떤 특장점이 두드러지는 것보다도 관람시에 거슬리거나 이질감이 드는 단점이 없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배우의 연기는 단점을 열연으로 상쇄하는게 가능하지만 성우의 목소리 연기는 그렇지 않다. 이런점에서 특정 캐릭터의 감정전달은 더빙이 나았을수 있다고 느꼈음에도 나는 더욱 자막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 하나는 영상매체에서의 한국어의 특성도 있는데 중간중간에 대사를 세심하게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작년에 영화 <한산>은 한국어 영화임에도 자막을 깔았다. 현장녹음의 한계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분명히 감상에 도움이 되는 시도였다. 미국관객은 영어자막을 귀찮아한다지만 한국은 다르다. 하다못해 드라마만 봐도 명확히 안들리고 뭉개져서 대사가 들릴 때도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더빙판도 그런 문제가 있다. 몇몇 대사가 뭉개져서 잘 안들린다 해야되나. 성우의 문제가 아니다. 음성만으로 나오는건 자막보다 가독성이랄까 명확한 전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자막이 나오는 버전을 보는게 대사를 안놓친다는 차원에서 무조건 더 낫게 다가온다. 


이런건 다 개인의 느낌차이일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어떨지는 유튜브에 잔뜩 떠도는 예고편 등을 통해서라도 자막판과 더빙판을 비교해보는게 가장 정확할 거다. 



번역 왜 이런가


끝으로, 번역의 문제를 명백히 지적하고 싶다. 번역자는 만화판을 보지 않은 것이 확실해보인다. 이 극장판의 주요 관객층을 겨냥한다면 이런식으로 번역했으면 안된다. 만화에서의 그 대사가 극장판에서 이렇게 캐릭터의 입으로 다시금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여지없이 깨버린다. 말투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풋내기라거나 개똥슛이라거나 그외 다른 문장들도 묘하게 어미 조사 등등 뉘앙스가 어긋나게 번역돼 있다. 이건 이 영화가 겨냥하는 주요 관객층을 고려한 번역이 전혀 아니다. 스타워즈 등도 그렇고 강고한 팬덤이 존재하는 작의 번역은 이런식으로 해선 안된다. 기존의 팬층이 어떤식으로 받아들일까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한국수입사와 번역자는 '분명히' 실패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단점은 자막판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 

뉘앙스상 의미 오역이라 느껴질만한 부분도 2,3군데 정도 눈에 들어왔다. 저걸 왜 굳이 의역을? 했던 부분들.


다만, 자막이든 더빙이든 이런 번역의 문제가 매우 훌륭한 현지화의 예시이자 우리가 친숙해하는 근_본인 <슬램덩크>의 여러 등장인물의 이름을 부정하는 만용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우리가 보는 인물은 사쿠라기 히나미치도, 루카와 카에데도 아닌 강백호, 서태웅 그대로다. 이런 존중이 대사에까지 좀 더 일관되게 이뤄졌다면 감동은 분명히 더해졌을 것이다.



+@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마지막에 짧게 이 극장판에 어울리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난 끝까지 앉아있을 가치가 있다 생각.


극장서 빨리 보신 분들은 극장에 굿즈 남았으면 놓치지 마시길. 

굿즈는 거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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