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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로 Dec 17. 2022

<대부> 그 이상의 갱스터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


1. 코엔형제의 영화다. 1990년작이니 꽤 초기작인 셈. 촘촘한 각본에서부터 나오는 그 코엔 특유의 맛은 이때부터도 일관됐다 싶다. 그러고보니 벌써 나온지 30년이 넘는 작이 되었군. 


2. "miller's crossing"은 마피아들이 배신자를 처형하던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3. 개인적으로는 <대부>보다 높게 치는 갱스터 영화다. 포스터에는 <대부> 이후 이만한 갱스터리즘이 없다는 식의 홍보문구가 적혀있는데 난 어떤 면에선 <대부>보다 위대할 수 있는 작이라 생각한다. <대부>가 진중하기 그지 없는 선굵은 필체의 그리스 비극같다면 이거는 가벼이 흩날리는 필치의 희극도 섞여있다. 액션신은 확실히 더 호쾌하다 평해도 될거다. 나는 되게 고평가하는 작품이다. <대부> 이상으로 심오한 영화로도 읽을 수 있다 생각. 난 옛날 마피아 나오는 영화 보고프다는 사람에겐 <대부>보다 요거를 외치는 편. <대부>는 3편이나 되어 길기도 하니.


4. 이 영화를 학부 때 어느 정치사상 수업에서 처음 접했었다. 실제로 그 테마랑에서도 함의하는 바가 많은 영화긴 했다. 교수님이 애초에 영화좋아하시는 분이라 일주일에 한편씩은 영화를 접하게되는 수업이었는데 거기서 좋은 영화를 참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영화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그 수업에서 학점을 잘 받았어서 그런가 방황하던 청춘이던 때 무언가 감화받은게 있어서일까, 그 교수님은 내가 선생님이라 호칭하는 은사님으로 남았다. 교수님이라고 다 선생님이지는 않다만 그 분은 선생님이셨다. 


5. 내 고평가의 가장 큰 원인은 이 영화의 주인공때문일거다. 여태까지 본 영화에서 나왔던 주인공들 중에 이 영화의 주인공 탐(가브리엘 번 扮)을 가장 좋아한다. 이거보다 멋진 캐릭터를 여태 본적이 없다. 

보다보면 아마 극중에서 가장 많은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인물일게다. 그리고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면 경탄하며 경외시마저 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랬다.

캬~ 이게 개간지지!!!


주인공이 어떠한 캐릭터인지는 다음의 장면이 가장 잘 함의한다는 평.


극 중에서 계속 떠오르던 물음표의 절정은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일텐데, 그건 무엇을 구하는 선택일까. 자기자신을? 아니면 사회에 대한?


6. miller’s crossing gif로 구글링해보면 알 수 있지만, 밈화될만한 명대사들이 많다. 스포가 될까 더 적지는 않겠지만, 한국어가 아닌 영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 대사들이 찰지다. 마치 윤종빈 영화에 나오는 황정민, 하정우 급이다.


7. 존 터투로가 맛깔나는 조연으로 나온다. 

블록버스터같은 데에서 자주 나오는 사람은 아니라 잘 모를수도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게 <트랜스포머> 시리즈 정도려나. <트랜스포머> 1편을 극장에서 볼때 어 저 얼굴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했는데 존 터투로였다. 그때 이후로 죽 기억하는 배우. 정말 최근에는 <더 배트맨>에도 포스있는 역할로 나왔다. 


코엔형제 영화를 여럿 봤던 사람이면 알 것이다.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지. 코엔형제 페르소나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여기저기서 나온다. 명배우.


그가 젊었던 시절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연기력만큼은 이 작품 내 캐릭터중 최고.


8. 지인에게서 여주인공이 조금만 더 예쁘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그건 내가 이유를 댈 수도 있긴 할텐데...

여튼, 마샤 게이 하든이 분했는데 이 배우가 누구냐 묻는다면 <미스트>의 그 민폐 아주머니를 들어주면 되겠지.

분위기부터가 강렬한… <미스트> 재미의 절반 정도는 이 캐릭터 덕분이라 생각

이 분도 연기 정말 잘하는 배우임은 위 짤 하나에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지?!


9. 직업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한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럴만한 여유와 시야를 갖춘 사람이면 굳이 스스로의 삶을 직업정치같은거에 밀어넣을 필요는 못 느낄거 같긴 해. 아이러니.

그러하니, 본인이 조금이라도 어떠한 정치 뉴스를 볼 때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싶으면 이 영화를 한번보길 바란다고 적는게 더 현실적일거 같다. 사람에 따라선 나처럼 열광하게 될수도.


인의(仁義)란 무엇인가, 욕망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질서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등등... 무수한 질문을 던질 수 있으리라.


10. 제갈량이 삼고초려 후 초막을 나올 때에 대해 자신의 뜻을 이루고 다시 돌아올테니 제갈균에게 집을 잘 돌보라 분부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삼국지연의를 통해 전해져왔다. 모든 뜻을 이루고 은퇴하여 평범한 이로 돌아가는 것은 모든 정치인들의 한 이상으로 이어져오는 이미지일터. 그러나 자의로 그렇게 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한다. 애초에 자의로 관둘 수 있을 정도로 권력의지에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면 굳이 그런 세계에 뛰어들었겠는가.

그런데 여기 주인공 탐은 얼마든지 기꺼이 그럴 수 있는 인간일 것. 주변에서 머라하든.


11. 궂거나 험한 날씨로 집에만 있게 되는 나른한 주말 오후 호쾌하고도 선굵은 영화가 땡길 때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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