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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Oct 14. 2023

매끈한 도시형 SUV,
현대 HRV-21

[아카이브 프로젝트 : 32]

HRV-21은 갤로퍼의 허물을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 Hyundai

HYUNDAI HRV-21

[Archive 032] 1995, Designed by Studio UST. ⓒ Dong Jin Kim

1995년, 현대정공은 'RV 중심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4,800억을 2000년까지 투자한다는 계획과 함께 2개의 신차 프로젝트를 착수한다. 그 대상은 갤로퍼의 후속 모델 'HP'와 미니밴 'DS-2'로, 모두 1998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브랜드 '세대교체'를 목전에 둔 현대정공은 기존 갤로퍼의 투박하고 늙은 디자인과 결별할 필요가 있었다.


'모든 지형에서의 웅장한 여행자'라는 거창한 테마로 개발된 HRV-21은 이러한 의도가 한껏 반영된 컨셉트카이다. 덕분에 당시 한국에서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던 매끈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공로는 전적으로 일본의 '스튜디오 UST'이 몫이다. 스튜디오 UST는 일본에 소재한 카로체리아로 선박 디자인과 자동차 튜닝파츠를 제작했던 업체이다.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가 인상적이다.

유선형의 흐름은 인테리어에서도 이어졌다. 비대칭의 센터패시아에는 내비게이션, 후방정보 인식,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 장치가 장착되었고, 시트는 고급화를 중시한 듯 4인승 독립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하체 플로어는 탄소섬유로 마감했다. 파워트레인은 갤로퍼의 2,972 CC의 V6 가솔린 G6AT 엔진을 탑재했다. 4WD 형식으로 최고출력 161마력, 최대토크 24.5kgm를 발휘한다고 명시했으나 사실 구동계 따윈 들어가지 않은 목업 모델이다. 크기는 전장 4,700 mm, 전고 1,980 mm, 전폭 1,730 mm, 축거가 2,795 mm라는 사실만을 알 수 있다.  


현대정공은 이 차를 출품하면서 '이 차량의 디자인을 응용해 진행 중인 신차 프로젝트에 적용하겠다'라고 공포했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테라칸과 카스타에서 HRV-21의 흔적은 도통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HRV-21은 모터쇼를 채우기 위해 제작된 그저 그런 컨셉트카에 그쳐버렸다.


여담으로 현대정공은 이 차량의 통관 과정에서 곤욕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삼성자동차에서 실험용으로 인증받은 고가의 외제차들을 임원들이 의전 용도로 악용해 타고 다니는 것이 언론에 탄로 난 이후, 통관과정이 복잡해져 졸지에 HRV-21까지 상당한 관세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당시 관계자는 신문을 통해 '주행이 불가능한 컨셉카를 반입하는데도 수억 원의 관세를 물리려 한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인테리어의 렌더링, 90년대 중반 유행하던 '과도한 곡선' 트렌드를 투영하고 있다.

TIMELINE

1995.05.03~1995.05.10 : 제1회 서울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불명


REFERENCE

조선일보 '현대정공 컨셉트카 'HRV-21' 내달 공개' 1995.04.29

한겨레 '현대정공 컨셉트카' 1995.04.30

경향신문 '미리 뽐내는 컨셉트카 경연 "자동차는 이쯤돼야" '서울 모터쇼' 상용차3사 출품' 1995.05.02

매일경제 '완성차 6사 전시장 지상중계 차세대모델…첨단 경연' 1995.05.03

매일경제 '국내 165사 해외 37사 참가 '내가 최고'맵시 자랑' 1995.05.03

매일경제 '현대정공 차부문 4천8백억 투자' 1995.05.16

Nifty Studio UST '海外の仕事(韓国編3)' 200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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