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53]
[Archive 053] 1997, Designed by Hyundai. ⓒ Dong Jin Kim
대우는 한 박자 느린 어퍼컷을 날렸고, 현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1995년부터 정부가 전폭적인 세재혜택을 지원하자 출시 4년 차에 접어든 티코는 월간 10,000대씩 판매고를 올리며 급기야 전체 판매량 3위까지 오르게 된다. 사실상 버림받았던 경차 시장이 때 아닌 호황을 맞이하자 현대차와 기아차는 애가 타기 시작했다. 사실 이들도 경차 개발에 일찌감치 착수했었지만, '800cc 미만'이라는 배기량 기준에 발목이 잡혀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었다. 대당 부가가치가 낮은 경차 특성상 해외 수출도 염두해야 했기에 현대차는 통상부에 배기량 기준을 해외 표준인 1,000cc로 상향해 줄 것을 줄곧 요청했다. 하지만 통상부는 이미 당초 기준에 맞춰 출시된 티코를 두고 기준을 상향하면 기업의 이해관계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하지만 이 논쟁은 경차 시장이 월간 2,000대 남짓할 수준일 때나 성립되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월간 10,000대 넘게 판매되는 이 블루오션에 독자적으로 800cc 엔진까지 개발하는 열의를 보이며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듬해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HMX (Hyundai MX) 콘셉트카는 현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경차 아토스의 예고편이었다.
'HMX'는 하이루프 밴 스타일의 경차다. 아토스의 실제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외관을 꾸며 많은 부분에서 양산형 아토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나마 다른 부분이 있다면 HMX는 시티카에 레저용 RV 콘셉트를 더한 크로스오버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이중 폴딩이 가능한 리어시트 및 루프 랙을 적용, 적재공간을 극대화하고 후면부에 돌출된 원형 스페어타이어 커버 위에 센터 하이 마운티드 스톱램프(CHMSL)와 번호판 자리를 마련해 오프로더스러운 스타일링을 뽐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각각 더블 프로젝션 타입과 클리어 렌즈 타입으로, 프런트 범퍼가드와 측면 몰딩, 도어핸들은 파본파이버로 마감했다. 참고로 모두 양산형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현대차가 독자개발한 1,000cc 4 기통 12 밸브 SOHC 입실론 엔진으로 최고출력 59마력에 최대토크 8.5kg.m를 발휘한다. 연비 극대화에 목표를 둔 엔진 튜닝으로 국민차에 맞는 뛰어난 연비를 갖추고 부품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비용절감을 실현했다. 내수용 800cc 파워트래인은 콘셉트카에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경차에서 간과될 수 있는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ABS과 에어백 등 고급 안전 사양을 대폭 적용하고 외부충격에도 강한 초강성차체를 적용하여 중형차급 이상의 안전성을 실현했다.
미쉐린이 HMX용으로 특별히 제작한 메가시티 타이어는 비대칭 방향성으로 좌우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트래드 패턴은 도시적인 세련됨을 표현하고자 직선 위주로 디자인했다. 트래드를 평면으로 밀어 회전 저항을 줄이며 연비 효율을 높였다. HMX의 RV향 스타일링은 비록 아토스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지만, 특유의 투톤 도색과 블랙커팅 휠, 루프랙은 이후 아토스 유로파 트림에 일부 차용되었다. 모터쇼 이후의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HMX 제원
전장(mm) : 3,542
전폭(mm) : 1,570
전고(mm) : 1,615
축거(mm) : 2,380
1997.04.23~1997.05.04 : 제2회 서울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불명
조선일보 '경차 배기량 논쟁' 1995.07.29
동아일보 '등록-면허세 인하 '2차'중과세 제외 경승용차 잘팔린다' 1996.01.17
매일경제 '서울모터쇼에 新車(신차) 대거 등장' 1997.04.09
매일경제 '미쉐린 컨셉트카 신개념타이어 도입' 1997.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