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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Nov 03. 2023

비치버기의 재해석,
현대 길라

[아카이브 프로젝트 : 37]

노란색 차체의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을 보여준다. ⓒ Hyundai

HYUNDAI GILA

[Archive 037] 1995, Designed by hyundai design north america. ⓒ Dong Jin Kim


1990년대 중후반, 현대자동차는 사내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제작한 콘셉트카들을 'HCD (Hyundai California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하면서 모터쇼 부스를 다채롭게 채웠다. 이들은 존재 목적에 충실한 듯 사람의 이목을 끄는 비현실적인 기교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리즈의 기원이 된 HCD-1과 HCD-2는 실제로 현대 티뷰론으로, HCD-4는 현대 싼타페 SM형으로서 양산화의 꿈을 이룬 바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HCD-3, 일명 '길라'는 참신한 콘셉트가 엿보이지만 미처 양산화의 문턱을 밟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비치버기를 상기시킨다.

현대차는 1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길라를 쿠페와 픽업, 그리고 비치 버기를 몽땅 녹여낸 크로스오버로 다듬었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매니저 '마이크 오브라이언 (Mike O' Brien)'은 이 차를 두고 '스포츠 유틸리티도, 스포츠쿠페도 아니다. 두 가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길라는 4WD (비스커스 커플링식 센터 디퍼렌셜 방식)를 적용했지만 본격 SUV가 아니었고, 매끈한 디자인을 가졌지만 본격 쿠페도, 넓은 적재함을 만들 수 있지만 본격 픽업도 아니었다. 길라는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는 타협점이었던 셈이다. 미국에서 서식하는 독도마뱀 종류인 '길라 몬스터 (Glia Monster)'에서 따온 이름이 사뭇 어울린다.


길라에 적용된 전동식 소프트탑은 루프가 전부 덮인 패스트백 모드, 1열만 덮인 쿠페 모드, 그리고 완전히 열리는 컨버터블 모드 총 3가지 모드로 조절이 가능하다. 테일게이트는 이중 경첩을 적용해 상부와 하부 모든 쪽으로 열 수 있었다. 보조 개념의 2열 점프 시트는 폴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거친 차량의 성격과 달리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드러냈다.

길라의 루프 모드 설명 사진.

길라의 가장 큰 특징은 수평으로 장착된 쇽업 쇼버다. 버튼을 누르면 차고를 최대 7.6 cm (3인치)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도로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피드백이 가능하다. 휠은 17인치 (245/50R/17)를 적용해 접지력을 높였다. 실내에는 계기판 중앙에는 버튼을 누르면 목적지 경로를 보여주는 '나비택 (Navitac)'이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 장치를 통해 히터와 에어컨, CD 플레이어, 오디오 시스템 역시 조절이 가능했다. 듀얼 에어백과 ABS 같은 안전장비까지 빠지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출시를 앞두고 있었던 아반떼 J2형의 2.0리터 (1,495 cc) 가변타이밍 16 밸브 DOHC 베타 엔진에 6단 수동 변속기 조합을 시범 적용했다. 하지만 터보차져를 추가로 적용해 최고출력 240 마력, 최고토크 27.8 Kg.m / 4700 rpm을 발휘했다. 참고로 이는 아반떼 출력의 2배 수준이다. 제원은 전장 4,122 mm, 전폭 1,876 mm, 전고 1,423~1,500 mm, 축거 2,500 mm로 엑센트 수준의 크기임을 알 수 있다. 랙 앤 피니언 형의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했고, 서스펜션은 더블위시본, 브레이크는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형식이다.


길라는 모터쇼가 끝난 이후에도 모터트렌드, 오토위크 등의 유명 자동차 잡지에서 로드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외부 활동을 보여주었다. 현대차는 미디어에서 1997년 초를 목표로 19,000달러 전후로 HCD-3을 양산할 계획을 밝혔지만 당연히도 이는 하얀 거짓말에 불과했다. 미디어의 관심이 시들해진 현재는 미국에 소재하는 현대 앨리배마 공장에서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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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INE

1995.01.05~1995.01.15 :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출품

1995.02.09~1995.02.19 : 미국 시카고 모터쇼 출품

1995.03.07~1995.03. : 제65회 제네바 모터쇼 출품

1995.05.03~1995.05.10 : 제1회 서울 모터쇼 출품

1995.10.28~1995.11.08 : 제38회 도쿄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현대 엘라베마 공장


REFERENCE

동아일보 '현대차, 스포츠레저카 'HCD-3' 개발 산악-비포장도로서도 승차감 뛰어나' 1998.01.08

한겨레 '현대 새 스포츠카 제작' 1995.01.08

동아일보 '"컴퓨터로 목적지 자동 안내"' 1995.01.17

한겨레 ''자동차의 꽃'스포츠카 국내 양산시대 열린다' 1995.01.23

모터트랜드 'Hyundai HCD-III and Gila- International Report' 1995.05.02

매일경제 '동경모터쇼서 인기끈 차세대카 'RV' 돌풍 예고 통근·레저 겸용' 1995.11.01

현대미디어센터 'HYUNDAI “SANTA FE” CONCEPT BACKGROUNDER' 1999.01.05

매일경제 '현대 HCD 1~3 (Hyundai HCD 1~3)' 2008.01.31


수정내역:

2023.11.05: 차량 재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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