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51]
[Archive 051] 1993, Designed by hyundai design north america. ⓒ Dong Jin Kim
저 멀리 타국에서 울려온 승전보는 현대차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공개와 동시에 미국 '카 앤 드라이버'의 표지를 장식한 HCD-1은 미국에서 현대차의 이미지 메이킹에 큰 공을 세웠다.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HCD-1을 빚어낸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는 본사의 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199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직후부터 곧바로 기세를 이어갈 후속작을 준비했다. 다만, 이번에는 한 가지의 제약이 있었다. HCD-1의 성공에 고무된 현대차가 곧바로 준중형 쿠페의 양산화에 착수하면서 이번 콘셉트카는 그 차량의 디자인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메타포 역할을 해야 했다.
HCD-2는 전작에서 양산화에 제약이 되는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제거한 정적인 디자인을 지니게 되었다. 그럼에도 과감한 아이디어가 돋보여야 하는 콘셉트카의 본분은 결코 잊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는 90년대 당시 스포츠카는 평균 1.4명이 탑승한다는 자국 설문조사를 기초로 과감히 2+2 시트 구성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2+1 시트라는 독특한 레이아웃을 채택해 2열 승객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선바이저에 부피가 무척 큰 당시 휴대폰을 넣을 공간을 마련한 점도 신선했다. 또한 차량의 재질을 파본파이버로 고급화하고 외부에서 보이는 단차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개발비는 배가 되어 총 100만 달러 (약 13억 9천만 원)가 들었다.
결과적으로 HCD-2는 HCD-1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선 크기가 무척 커졌다. 오버행과 휠베이스가 대폭적으로 늘어 전장은 299mm나 늘어났으며 트레드는 앞 뒤 각각 1,490mm, 1,485mm, 오버행은 각각 893.5mm, 896.5mm로 사실상 한 체급 커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헤드램프는 더블 프로젝션 타입으로 변경되어 한층 양산화에 가까워졌고 테일램프 역시 평범한 클리어타입으로 변경되었다. 엔진룸은 정비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덮개를 씌워 깔끔한 인상과 노면 소음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금도 제네시스 G90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고급차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
강인한 외관에 비해 파워트래인은 미약하다. 러닝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HCD-2는 가변 2.0리터 DOHC 배타엔진을 장착해 최고속력 200km/h, 150마력을 발휘한다. 다만 고속안정성을 살리고자 4바퀴 전부 독립현가식 서스펜션과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되었다. 이외에도 ABS, 트랙션 컨트롤이 적용되었고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에도 에어백을 장착해 승객의 안전 역시 챙긴 모습이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크기의 245/45VR/17 규격의 타이어는 HCD-2가 콘셉트카임을 보여주는 요소다. 고급 오디오 시스템과 실내 자동 온도 조절 시스템, 전자식 미러는 단출하지만 편의장비로서의 성의를 보인다.
HCD-2는 HCD-1의 뒤를 이어 2년 뒤 같은 장소인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를 마쳤다. 이전과 같은 충격은 없었지만 이후 베일을 벗은 티뷰론의 모체가 되어 또 다른 전설을 쓸 수 있었다. 알려진 HCD-2의 개체는 프레스 포토 촬영과 시승기에 사용된 남색 개체와 이를 재도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은색 개체, 그리고 서울모터쇼 출품된 하늘색 개체, 총 3 종류가 있다. 그중 은색 개체는 현대 엘리베마 공장에서 소장 중이고, 하늘색 개체의 경우 두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첫 번째는 서울모터쇼 출품 이후 현대자동차 강동지점에서 사실상 방치되다 폐차장에 넘어갔는데, 모종의 경로로 다시 밖으로 유출되어 생을 겨우 부지하게 되었다는 것. 두 번째는 양평의 어떤 사업가가 거금을 들여 차량을 구입 후 창고에서 방치하다 '임프카'라는 자동차 애호가 모임의 눈에 띄어어 복원을 진행해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이야기는 2001년 4월경 길가에서 HCD-2를 우연히 알아본 한 네티즌이 사진을 네이버에 올린 이래 지금까지도 커뮤니티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이후 하늘색 개체의 근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실로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여담으로 HCD 시리즈는 이 차량부터 코드네임과 별개로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HCD-2의 이름은 새 시대를 의미하는 '이포치 (Epoch)'다.
HCD-2 제원
- 전장(mm) : 4,474
- 전폭(mm) : 1,897
- 전고(mm) : 1,710
- 축거(mm) : 2,650
1993.01.12~1993.01.21 :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출품 (남색)
1993.02.06~1992.01.17 : 미국 시카고 모터쇼 출품 (남색)
1993.04.10~1993.04.23 : 미국 뉴욕 모터쇼 출품 (은색)
1993.09.09 :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출품 (은색)
1993.08.07~1993.11.07 : 대전엑스포 자기부상열차관 출품 (은색)
1995.03.15 : 95 한국자동차 디자인 공모전 출품 (하늘색)
1995.05.04 : 1995. 05. 10 : 한국 서울 모터쇼 출품 (하늘색)
현재 소재: 현대 엘라베마 공장 (은색)
조선일보 '스포츠카 모델공개' 1993.01.28
조선일보 '현대차 자동차박람회 참가' 1993.09.09
조선일보 '95한국자동차 디자인 공모전 사고' 1995.03.15
경향신문 '미리 보는 서울모터쇼 이것이 국산 컨셉트카' 1995.04.24
다음카페 'Culb B&B' 'Re:이사진에 대해 아는 사람 리플좀,,,,,,' 2001.06.08
다음카페 '엑센트사랑모임' 'HCD-2 맞는뎅...ㅠ.ㅠ' 2001.08.06
다음카페 '발칸사랑 모임' 'HCD-2' 200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