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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왁킴 Jan 17. 2022

가족이 된다는 것

초보 반려인의 실수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고 일이 좀 지났을 땐가? 육아용품은 들입다 사들였는데, 그중에 계획만큼 효과를 본 건 7천 원짜리 '쪽쪽이(공갈젖꼭지)'가 유일하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던 어린 날의 제 일기가 떠오르네요. 지금도 퍽 성장한 건 아니지만 그 시절보단 조금은 여유를 얻은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부산에 와 있습니다. 당초 2박 3일의 일정으로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다른 일정을 위해 1박 2일로 줄여서 오게 됐습니다. 진작에 강아지 호텔부터 예약을 해놓은 터였고, '또또(저희 가족의 반려견)'를 데려갈 만한 자리아닌지라, 아이는 그냥 계획대로 애견호텔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허술한 주인으로 보이고 싶지 않고, 아이를 더 세심하게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가 머무를 온열장의 크기도 체크하고, 애착 장난감도 챙겨가고 그랬더랬죠. 6개월도 안 된 녀석이라 먹성이 너무 좋아 사료를 가리는 걸 본 적이 없었기에, 호텔에 구비된 사료를 줘도 된다고 당당히 얘기하고 간식도 가림 없이 잘 먹을 거라고 자신 있게 일러두고 나왔죠. 그때만 해도 저는, 제가 아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주인, 관심 많고 적극적인 반려인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듯합니다.


첫 번째 일정은 생각보다 늦어져서, 저희 가족은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유난히 적막한 집안 풍경이 낯설긴 했지만, 혼자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게 하느니 호텔에  맡기길 잘했다며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건 호텔에서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해 듣게 됐습니다.


"언니! 또또가  스트레스가 심한지, 어제 먹은 걸 고대로 다 토했어요. 그러고 나선 아예 사료를 입에도 안 대네요. 어쩌면 좋죠?"


전화를 끊고는 바로 호텔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곱만 떼고, 양치도 안 하고는 이럴 땐 참 고마운 마스크에 의지한 채 부랴부랴 나섰죠.






제게 안긴 또또는 목욕을 끝내 보송보송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눈도 안 마주치고 가슴팍에 쏙 안긴 채 주변 눈치를 살피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챙겨 보낸 장난감이 너무 더러워져 (토사물이 잔뜩 묻은 모양인지) 그냥 버렸다며, 직원분이 똑같은 걸로 새 장난감을 찾아 챙겨주었습니다. 또또는 계속 불안한 모습이었죠. 차에 타고나서는 창밖을 지나는 사람만 보면 짖어대기 바쁘고, 남편이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에 잠시 내리자, 안절부절못하며 낑낑거리더군요.


5개월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풍 성장한 녀석입니다. 분양하신 분이 본인이 분양한 강아지인 줄 모르겠다고 하실 정도였어요. 그만큼 먹성이 좋고, 식탐도 많은 녀석인데 홀쭉해진 배를 보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는 내내 '엄마가 미안해, 진짜 미안해' 소리를 달고 왔습니다. 남편은 숙소를 취소하고 애견 동반 숙소로 잡아보자며 조급하게 굴었고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동안 참았다는 듯이 '쉬'와 '응가'를 두어 번 연거푸 한 또또는, 제가 조심스레 건넨 소고기와 달걀이 들어간 습식사료와 닭가슴살을 1분 만에 클리어하고는 말린 연어 껌을 씹으며 거실에 드러누웠습니다. 그 뒤론 배가 좀 찼는지 아빠 무릎에서, 제 발 밑에서, 아이의 가슴팍에서 애교를 부리기에 바빴죠. 신나게 집안을 질주하는 아이를 보며 남편과 저는, 앞으론 무조건 함께 갈 수 있는 숙소를 찾자고 결심을 했답니다.


부산까지 오며 켄넬에 있는 아이가 답답할까 싶어 수시로 휴게소에 들러 산책을 시켰습니다. 우리 아들 돌이 갓 지났을 무렵에, 장거리 이동할 땐 휴게소마다 들러 젖을 물리고, 바람을 쏘여주고, 이유식을 먹이던 기억이 겹쳐  가족 모두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사람과 다를 게 없다고, 이러면서 진짜 식구가 되는가 보라고, 너무 안쓰러운데 더 예쁘고 애틋해진 것 같다고 말이죠.






저희 부부에겐 아이가 하나뿐이라, 늘 차량 뒷좌석엔 여유로운 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식구만으로도 여유 없이 뒷자리까지 꽉꽉 야무지게 채워 부산까지 달려온 기념적인 날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 달릴 온전한 우리 가족이란 생각으로, 침대 발밑에 준비된 푹신한 쿠션에 의지한 또 하나의 가족을 보들보들, 쓰다듬어 봅니다.


매번 느끼지만

참 색다른 감촉인데, 참 따뜻합니다.


이만 자고, 내일 미팅을 잘 끝낸 후엔, 우리 똥강아지들 바다 냄새나 실컷 맡게 해 줘야겠습니다.


행복한 꿈 꾸세요.

든든한 일주일 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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