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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왁킴 Apr 16. 2022

소설 '파친코'를 읽으셨나요?

읽기 전의 기대감


 어제부터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는데요. 하나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착한 드라마를 쓰는 노희경 작가의 새 작품이 방영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자꾸만 자꾸만 돌려보기를 해야해요.ㅎ계속 봐도 재밌네요.ㅎ(그래서 말인데, '한수'와 '은희'는 어떻게 될까요?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세 가지 정도 되는데, 저는 캐릭터의 매력을 잃지 않는 쪽으로 노희경 작가님이 솜씨를 발휘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소설 '파친코'가 드라마로 변신해서 애플TV에서 방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 맞춰 드라마를 보는 일에 흥미가 별로 없고, 넷플릭스는 접해본 적도 없고, 애플TV가 뭔지도 잘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이민진 작가의 당당함과 겸손함과 진지함이 너무나 좋았고, 그래서 관련된 스피치 영상을 찾아보다가 치밀한 알고리즘에 이끌려 드라마 요약 영상까지 보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한 번 보기 시작하니 헤어 나올 수가 없네요.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와 매력적인 감독의 연출 뒤로, 어떤 대단한 원작이 숨겨진 걸까를 상상하며, 바로 '파친코 1, 2권'을 주문했습니다. 쿠팡에서요.ㅎㅎㅎ '문학사상사'에서 절판이 결정됐다는데, 제 책은 잘 배송이 될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또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의 산 역사를 품고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우리나라에서 절판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ㅠ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금 1, 2회를 세 번 돌려봤는데, 출연진들의 배역과 연기에 매료되어 꺅꺅거리며 보기에 그저 바쁜 마음입니다. 어쩜 배역이 그렇게 찰떡같고 연기는 감칠맛이 나는지. 저도 모르게 안방에서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 남편에게 '밥은 먹언?'이라고 제주 방언을 갈겨대며 제주 푸릉마을의 일원이 되어있다는...ㅎㅎㅎㅎㅎㅎㅎㅎ 좀 이성을 찾은 후에, 차분히 감상을 적을 준비가 되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좀 적어볼 생각인데요. 오늘은 우선 '파친코'라는 소설에 대한 기대감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우리의 역사와 전쟁에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아이 엄마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와 역사의 인연이라고 하면, '독립기념관'에서 2년 정도 근무했던 인연. 그래서 본의 아니게, '독립군'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던 이력이 있었고, 그즈음에 TVN에서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가(또 드라마네요.^0^하하;) 방영됐기 때문에, 극 중에 소품으로 사용됐던 태극기의 형태를 보며, '음... 고증이 아주 잘 되었군.'이란 생각을 하고 친절히 댓글을 달아 '좋아요'를 500개 넘게 받아서 뿌듯했던 경험 정도...랄까요.ㅎㅎㅎ


 퇴사를 하고 나서는, 기계처럼 읊어대던 '신흥무관학교'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다 잊어버리게 되었고,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지워져 가면서 역사와 나의 인연도 그렇게 흐릿해져 가는가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애플TV의 '파친코'란 드라마가, 또다시 저의 피를 끓게 하는 기분이네요. 모처럼 흥분되고 신나고, 그런 마음입니다.


 극 중에 나오는 '선자'라는 인물은 범상치 않은 여인입니다. 아주 강인한 여성이죠. 민족적 정체성마저 흔들리던 시기에, 그런 강단과 의지를 지니고 있기란 굉장히 어려웠을 줄 압니다. 부당하고 불합리하고, 비인격적인 일제의 만행 앞에서, 단지 살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조선인들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저의 마음 한 켠을 아리게 합니다. 네, 언제 봐도 아리고 아픕니다. 이 땅에서 물 건너온 일부 침략자들에게 핍박을 받는 것도 서러운 일인데, 그들의 터전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겪어내야 했을 천대와 멸시는 아마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겁니다. '2년만 견디면 된다, 학교만 졸업하면 된다,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라는 희망이 있다면, 목표만 바라보며 이겨내면 되는데, 그곳에서 기약 없이 평생을 살아갈 각오를 했던 '선자'와 '경희'에게 이주민을 향한 일본의 시선은 얼마나 암담한 것이었을까요? 감히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고됨과 고생으로 50년을 꽉 채우며 살아온 선자에게 젊은이들은 그의 삶이 '다 지나간 일이다.', '흘러간 시간이다.', '잊어야 할 역사다.'라고 말하죠. 경제적 안정을 얻고, 그들과 하나가 된 듯 기세 등등한 그의 손자 '솔로몬' 역시도 여느 젊은이들처럼, 혹은 여느 가해자처럼, 그게 아니면 제삼자라도 된 듯 '망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그려지네요.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역사를 대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런 자손의 모습을 바라보는 선자의 마음은 어떨까요? 선자와 함께 시대를 견뎌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회한은 패인 주름만큼이나 깊이 박혔을 터인데... 아마도 '금자'할머니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이유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고 감히 짐작해 봅니다.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 역시, 기성세대가 받았던 차별이 끝난 것, 잊힌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자신에게도 계속되고 있는 시선이었음을, 자신만 깨닫지 못한 차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한인 이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게 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혼란스러워하고 부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솔로몬'의 각성이 젊은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히 깊고 진한 울림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득, 독립기념관에서 교육 후 아이들에게 제가 했던 멘트가 생각이 나네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아들이었고, 이 땅에서 살아간 분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기억할 순 있다. 스러져 간 분들을 꼭 기억하자.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만은 꼭 가지고 버스에 오르길 바란다.'


이젠 저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 되었네요.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에 나태해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일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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