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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결 Sep 08. 2023

생각 쓰기로 나를 알아보기

불안하니까 써야 합니다 5

Unsplash의Tim Zänkert




   지금껏 일기 쓰기를 통해 일상을 돌아보고, 감정을 해소했다. 여기까지만 일기를 활용해도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한 단계가 더 남아있다. 바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나의 개성이 주류의 흐름에 쉽게 묻히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사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은 더 이상 하나의 물방울이 아니라 거대한 물결이 됐다. 이 물결을 잘 활용해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은 긍정적인 사례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의 개성이 폄하 당하는 부정적인 사례도 함께 늘어났다. 다수가 좋아하고 인기 있는 것이더라도 누군가에겐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심지어 싫어하는 영역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선택이니 마땅히 존중해주어야 하지만, 주류는 존중보단 비난을 택했다. 주류에 탑승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 취급을 하고, 다수를 거스르려 하는 별난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여기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물방울은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난 이런 사회적 흐름이 그리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방울이 기꺼이 물결이 되어야 할 때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고 바로 잡으려 할 땐 나 역시 기꺼이 물결이 된다. 그러나 그 이유가 아니라면 나는 물방울로 남길 택한다. 다수의 취향이 내 취향과 전부 맞지도 않을뿐더러 소외되지 않기 위해 억지로 감정을 만들어내는 건 나를 속이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당연히 누군가 내게 유행에 뒤처진다거나 별나다고 말해도 타격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감정을 쏟기도 바쁘고,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나의 소중함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내가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생각 쓰기 덕분이다. 평소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인지한 덕에 개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니, 물결에서 잠시 이탈해서 물방울로 살아가도 괜찮다. 생각 쓰기는 남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내가 방향키를 쥔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1.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사람은 하루에 몇 번이나 생각할까? 캐나다 퀸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남성 기준으로 하루에 6200번 정도 생각을 한단다. 비록 건강한 성인 남성 기준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통해서 모든 사람은 하루에 수천 번은 생각하고 있단 걸 알 수 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생각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나치는 생각 중 하나만 붙잡을 수 있어도 나를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창한 것부터 떠올릴 필요는 없다. 평소에 잡다하게 떠오르는 것부터 정리하면 된다. 만약에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의 취향을 주제로 생각 쓰기를 적어보자. 내 취향인 음악, 영화, 책, 미술 작품도 좋고, 덕질 중인 가수나 배우 등에 대한 글을 적어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쓰게 되면 자연스레 싫어하는 것도 쓰게 되고, 취향에서 좋고 싫음이 명확해지면 가지를 뻗듯이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생각 쓰기가 습관이 되면 갈수록 주제도 다채로워지고 통찰력도 깊어진다.

   이렇게 가벼운 생각을 쓰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매번 진지한 생각이 많아서 힘든 사람도 있다. 내가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생활용품을 사면서도 환경 문제를 걱정하고, 어떻게 하면 환경에 덜 해를 입히는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식이다. 나처럼 진지한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면 생각 쓰기가 더 큰 도움이 된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진지한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길게 써보자. 그때만큼은 나를 진지하다고 비웃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를 이해하기 위해 쓰는 글이기에 자유롭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진지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쓰고 나면 답답했던 속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생각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싶다면 뉴스나 기사 등을 보고 글로 정리해보길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서 흉악한 범죄자가 검거돼서 뉴스에 나왔다고 하자. 이때 내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범죄자가 저지른 죄와 내 감정, 최근에 있었던 비슷한 범죄 사례와 범죄 양상에 대한 내 생각, 범죄자 양형 기준과 개선 방안 등 생각이 미치는 영역을 쭉 쓰다 보면 내가 어떻게 사회를 보고 있는지,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욕만 하고 끝나는 것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넘어가는 건 다르다. 물론, 매번 심각한 사건, 사고에 대한 생각만 글로 남길 필요는 없다.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예능, 스포츠 경기를 보고 글로 써도 좋다. 다른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삶을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는 일에 도움이 된다.




   2. 나는 유일한 존재야.

   우리나라는 유독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한다. 당장 교육계만 살펴봐도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다. 모두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결론은 수능을 위해서만 달려간다. 이렇게 획일화된 교육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미 그 과정 안에서 개성이 말살당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옆에서 다들 좋은 직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나도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한다. 결국에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은 기억에서 잊히고 남들 눈에 괜찮은 일만 골라서 하게 된다. 한동안은 이런 삶이 행복하겠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내 생각대로 살지 않고, 남의 생각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건 마치 영토를 다스리는 일과 같다. 지금 내 머릿속에 수만 평에 이르는 영토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런데 정작 이 영토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고민할 때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훈수를 둘 것이다.


요즘 과일 농장이 대세라는데, 과일을 심어 봐.


   과일 농장이 대세라는 말에 괜히 귀가 솔깃해지고 그들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 그렇게 온 사방에 과일 농장을 만들고, 과일 가격이 내려가면 훈수를 둔 이들을 원망한다. 그 사람들이 과일 농장을 추천 해주지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멍청하게도 왜 그 사람 말을 들었을까 하고 말이다.

   반대로 내가 이 영토에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훈수와 상관없이 영토를 다스릴 것이다. 영토에 마을을 세우든, 논과 밭을 만들든, 정원을 꾸미든 그 모든 것이 나의 자유니 거리낄 것이 없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에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않는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온전히 내 생각이자,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삶에서 고통을 피할 순 없다. 고통은 필연적인 거라서 직면하고 뚫고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 고통이 나에게서 온 고통인지, 남에게서 온 고통인지에 따라서 통증 강도는 달라진다. 나에게서 온 고통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남에게서 온 고통은 끔찍하다. 특히, 부모님, 친구 말을 듣고 내 뜻을 꺾었는데, 좀처럼 잘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고통이 가장 극심하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든 사람을 원망하게 되고, 그러다 지난날의 나까지 미워하게 되고, 그 미움이 커져서 모두를 미워하게 되면 세상살이가 허무하고 허망해진다. 따라서, 감당 가능한 고통을 선택하려면 내 생각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지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의 방향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가벼운 말에 휘둘리지도, 따라가지도 않는다. 내가 유일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유일함을 안다는 건 나를 믿는다는 말과도 같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소신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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