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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결 Sep 20. 2023

작은 목표설정과 꾸준한 달리기

우울하니까 달려야 합니다 3

Unsplash의Brian Erickson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걷기가 익숙해지면 비로소 달리기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막상 밖에 나가면 막막할 것이다. 어떻게,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몰라서 시작이 큰 진입장벽처럼 느껴지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일단 출발하면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내 몸이 안다. 그 뒤엔 몸이 말하는 대로 페이스와 거리를 조절하면 된다.

   단,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이 있다. 우울로 오랜 시간 외부 활동이 없던 사람은 기초체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도 기초체력이 부족해서 남들만큼 빠른 페이스로, 매일같이 장거리를 달리는 건 벅차다. 따라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단계적으로 체력을 증진 시키고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이런 경우, 작은 목표를 설정해서 꾸준히 실천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작은 목표일수록 달성률이 높고, 달성률이 높아지는 만큼 성취감으로 이어진다. 성취감은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고 우울감 해소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톱니가 맞물리듯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우울감을 해소하고 싶은데, 작은 목표설정 방법을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 글을 써보려 한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달리기 목표설정 방법

   첫 단계, 눈에 보이는 사물까지 달리기

   밖으로 나가서 걷는 건 익숙해져도 막상 달리기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달리기 거부감을 극복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눈에 보이는 사물까지 달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전방 10m 앞에 있는 나무까지 달리기, 아파트 끝 라인에 주차된 자동차 앞까지 달리기처럼 정말 코앞에 있는 사물까지만 천천히 달리면 된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거리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란 걸 깨닫고 달리기 거부감이 사라진다. 더 달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조금 더 멀리 있는 사물까지 달리면 된다. 아무리 짧은 거리여도 ‘달렸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추면 꾸준하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 단계, 분 단위로 달리기

   몇 초간 달릴 수 있다면 분 단위 목표로 넘어가도 좋다. 1분 달리기, 1분 30초 달리기, 2분 달리기 등 아주 작은 분 단위 목표를 두고 달린다. 러닝 어플에서 시간 설정을 하고 달리면 된다. 처음에 1분 달리기를 수행하고 나서 숨이 벅찰 수도 있다. 그건 페이스를 조절을 잘못해서 생긴 현상이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다음에 달릴 때 조금 속도를 늦추면 1분, 2분 달리기 정도는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 인터벌 러닝 (인터벌 트레이닝)

   인터벌 러닝은 2분간 걸었다가 1분간 달리고, 또 2분간 걸었다가 1분간 달리는 식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서 진행하는 달리기 방식을 말한다. 인터벌 러닝 기능이 있는 어플의 도움을 받으면 가장 좋다. 2분간 걸으세요. 1분간 달리세요, 같은 코치의 지시가 들리는 대로 걷고 달리길 반복한다. 인터벌 러닝은 달리기로 심박 수를 높였다가 걷기로 심박 수를 낮추는 걸 반복함으로써 심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단계적으로 달리는 시간과 거리를 늘려줘서 기초체력 증진에 도움 된다. 무엇보다 미션을 수행했다는 표시가 어플에 남기 때문에 성취감을 키워준다.

   네 번째 단계, km 단위로 달리기

   쉬지 않고 10분 정도 뛸 수 있다면 km 단위에 도전해도 좋다. 페이스가 느려도 10분이 주어지면 무조건 1km는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km를 성공하면 2km를, 2km를 성공하면 3km에 도전해서 달리는 거리를 점차 늘린다. 보통 네 번째 단계에 접어든 사람은 이미 달리기 습관이 생성됐을 확률이 높다. 달리기 습관이 생긴 뒤에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때부터는 달리기를 나와의 약속으로 정해두고 달리고 싶은 만큼 거리를 설정해두고 마음껏 달린다.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 휴식 목표설정 방법

   달리기만큼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적절한 휴식이다. 나처럼 기초체력과 근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휴식이 더 중요하다. 매일 달리다간 근육통을 달고 살기 쉽고, 부상 위험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달리는 것보단 일주일에 2~4회 정도만 달리고 나머지는 쉬어야 한다. 잠을 푹 자는 건 기본이고 피로감 해소를 위한 족욕, 마사지 건이나 폼롤러 등으로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휴식의 한 방법이다.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좋다.

   만약에 달리려고 나갔다가 몸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때도 과감하게 휴식을 선택해야 한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 간혹 신체 통증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려고 버티다가 부상을 당하고 몇 달간 달리지 못해서 더 우울해지는 경우도 많다. 적은 횟수로도 꾸준히 달리려면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인지해야 한다. 휴식을 취해도 내가 달려온 시간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기특하게도 내 몸이 잘 기억하고 있다. 적절한 휴식은 내 몸을 보호하고 다음 달리기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3. 날씨와 시간별 목표설정 방법

   매일 달리거나 풀코스 마라톤 정도 뛰는 사람이라면 날씨와 시간 영향을 덜 받을지도 모른다. 비나 눈이 내려도 달리고, 시간대 상관없이 달려도 그들에겐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달리기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에겐 날씨와 시간은 다방면으로 영향을 많이 끼친다. 따라서 달리기를 습관으로 잘 만들려면 날씨도 잘 확인해야 하고 나와 잘 맞는 시간대를 찾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비나 눈이 내리는 날씨, 심하게 덥거나 습도가 높은 날씨, 추위가 매서운 날씨, 강풍이 불어서 몸을 가누기 힘든 날씨 등은 피하는 게 좋다. 달리는 건 둘째 문제고 부상 당한다. 실제로 나는 습도가 높은 날에 달렸다가 탈진이 와서 쓰러질 뻔한 적이 있다. 아찔했던 경험 이후에 습도가 높은 날엔 절대 밖에서 달리지 않는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을 때는 집에서 스트레칭 및 근력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게 좋고, 굳이 달리고 싶다면 실내에서 러닝머신, 트레드밀을 이용하자.

   달리기 시간은 평소 내 생활 패턴을 살펴보고 정한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면 새벽이나 아침에, 직장 생활을 하거나 오후에 활동량이 많다면 저녁에 달리는 것이 좋다. 나는 주로 저녁에 달리는 걸 선호한다. 아침잠이 많기도 하고 밤하늘에 뜬 달과 별을 보길 좋아해서다. 땀범벅으로 돌아와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든든한 한 끼를 챙겨 먹으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전에도 달려보고, 오후에도 달려보면서 나와 맞는 시간을 잘 찾으면 달리기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우울감은 지속적이면서도 작은 성취에 약하다. 든든하게 잘 차려 먹은 한 끼, 꼬박꼬박 쓴 일기, 동네 한 바퀴 돌았던 산책 시간처럼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성취가 모여서 우울을 뚫고 갈 길을 낸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짧은 거리여도 꾸준히 달려본 사람과 단 한 번도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몸이 깨어나면 우울감으로 늘어지던 정신도 덩달아서 깨어난다. 몸과 정신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경험을 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니 자신할 수 있다.


   고백하건대 나는 지금도 잘 달리는 사람은 아니다. 페이스가 빠르지도 않고, 장시간 동안 쉼 없이 달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사실이 부끄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 목적은 다이어트나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기초체력 증진과 우울감 해소였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느려도 꾸준히 달리려 했던 태도는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 이유가 됐고,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실제로 가족과 주변 사람도 나에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고, 예전보다 단단해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만 우울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체감하는 게 아니구나. 이 변화가 남들 눈에도 보이는구나. 깨닫고 나서는 달리기가 더 즐거워졌다.

   그래서 나는 남들과 비교하며 달리지 않는다. 나는 왜 느릴까, 나는 왜 빨리 숨이 찰까, 나는 왜 길게 달리지 못하나 한탄하지 않는다. 나는 나고, 그들은 그들이기에 오늘 내 목표에만 집중한다. 오늘도 달렸다는 뿌듯함으로 우울감을 밀어냈고,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살아왔다. 우울감으로 초췌하게 살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해서 내 달리기는 이미 목표 달성을 했다.

   이처럼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무조건 잘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남들처럼 마라톤 풀코스에 나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단, 나처럼 우울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단 1분 만이라도 밖에 나가서 달려보자는 것이다. 그 1분이 나처럼 많은 것을 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스스로 구원할 힘이 있다고 믿는다. 우울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해냈으니, 그들도 당연히 해낼 것을 믿는다. 걷기를 성공한 그 발로 달리기 첫발만 떼자.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나를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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